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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능 변별력 논란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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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능 변별력 논란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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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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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가 발표도 되기 전에 일부 학원에서 예측한 결과를 가지고 고득점자가 양산되어 일선 고교의 진학지도와 대학의 학생선발에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서울대에서는 수능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되면 상위권 대학의 경우에 변별력이 없게 되므로 심화학습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능Ⅱ를 별도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능시험의 최종결과가 정말로 예측치처럼 고득점자가 양산된다면 문제가 많다.

첫째,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학생들도 학교 선택의 기준을 잃어버리게 된다. 수능이 안정된 경향성을 상실하고 갑자기 쉬워진다면 과거 수년간 축적된 정보자료가 쓸모없게 되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둘째,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공신력과 객관성을 보장할 만한 시험제도가 수능 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 적격자를 선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개 대학들이 수능성적, 내신성적, 논술 및 면접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내신성적에서는 학교차를 인정치 않으며, 논술 및 면접성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성적의 5%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형자료에 근거해서 학생을 선발할 수 없게 된다.

셋째, 학생들의 수업의욕이 저하되고 면학분위기가 와해되는 등 학교교육 붕괴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능이 쉬워질 경우에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이 수능보다는 내신에 비중을 두게 되므로 수능과외가 줄어드는 대신 고교교육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수 있으며, 학생들이 특기와 적성을 살리는 활동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가원에서는 금년의 수능이 작년보다 약간 어려워 수능점수가 4∼5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잠정적인 예측에서 수능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니까 입시전형에서 수능의 비중을 낮추고 대학이 다양한 다른 전형자료로 학생을 선발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수능은 궁극적으로 최소학력을 측정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야 할 것이냐 낮아야 할 것이냐가 아니라 대학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학생선발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권 문제이다. 어떤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느냐는 대학의 이념과 목표, 발전계획 등에 따라 대학자체가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도 그간 정부에서는 학생선발 방법의 구체적인 사항까지 간섭하고 규제해 왔다. 그 결과 대학이 학생선발체제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정부에서 제시하는 획일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었다.

이번의 수능 변별력 문제도 대학에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수능결과를 활용할 대학은 활용하고, 대학자체가 별도의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면 수능의 변별력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대학의 학생선발에 초점을 둔 수능고사를 지속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수능고사가 있는 한 고교교육은 대학입시제도에 좌우되고 고교교육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고등학교는 고교교육 본연의 목표를 추구하여야 하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적성과 능력에 따른 진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고사를 표준화된 고교졸업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 고사는 학생간의 경쟁보다 학업성취기준과의 경쟁을 유발하여 모든 학생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다. 대학에서는 고교졸업자격고사 성적, 내신성적, 대학별 고사 및 면접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다단계에 걸쳐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정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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