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상징조차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김광섭, '성북동 비둘기'중에서)한 때는 평화와 사랑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지금 서울에서는 '날아다니는 공해'로 지탄과 버림을 받기에 이르렀으나 당국의 체계적인 보호나 관리대책은 전무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비둘기 수는 점점 늘어나 서울시내에만 10만~20만 마리를 헤아리며 그 피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비둘기는 고궁ㆍ주택가 지붕ㆍ고가도로 교각 틈새 등 인간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입해 둥지를 틀며 강산성(强酸性) 배설물을 마구 뿌려대고 곡물시장 부둣가 양곡하치장을 떼로 습격해 곡물을 축내기도 한다.
먹이를 찾기 위해 골목안 쓰레기통을 뒤적이는 비둘기 또한 골치거리다. 특히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비둘기 배설물로 인해 유서 깊은 문화재나 공공 건조물이 파괴 내지 훼손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비둘기 때문에 흉물스럽게 변한 문화재나 건조물은 고궁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처럼 비둘기 숫자가 불어난 까닭은 서울 올림픽 등 국가적 큰 행사 때 수천 마리의 비둘기를 수입해 날려보낸 뒤 사후 관리를 하지 않은데서 비롯된다.
아울러 날아간 비둘기들이 도시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태적 리듬을 잃고 1년에 두 번 번식하던 습성이 연간 5~6회까지 무제한에 가깝게 변해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도심을 방황하는 비둘기들은 가축이나 야생조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농림부나 환경부의 관리나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동물보호법상 주인이 없는 가축 또는 동물의 소유권이 귀속되는 지방자치단체(서울시)마저 관리에 나서지 않아 그야말로 '무적(無籍) 동물'인 셈이다.
그러나 비둘기들은 그 동안 현대 도시인들의 각박한 정서를 어루만져 주는 유일한 새였다.
그러므로 적정 개체수 유지를 포함한 관리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보호ㆍ관리주체를 정하고 남산ㆍ한강 둔치 등지에 이들이 집단으로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어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방법은 어떨까.
또 보존가치가 높은 유물이나 건조물에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날카로운 쇠바늘을 촘촘히 꽂아 문화재를 보호하는 유럽 도시들의 노력과 적정수 이상의 비둘기를 정기적으로 포획하여 폐사시키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의 비둘기 방치는 문화재 파괴ㆍ훼손의 가속화, 조류 콜레라의 위험 등 '비둘기 대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채수
청소년 자연과 하나되기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