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무산' 득실·향후정국여당 의원들의 지연전술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입장 저지로 탄핵안 상정 및 표결 절차가 18일 새벽까지 진행되지 못함으로써 상당 기간 국회가 파행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여당이 "탄핵안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표결에 불참한 데 대해 야당은 "표결을 방해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탄핵안의 본회의 상정ㆍ표결은 여야 합의사항이었다"며 "여당이 표결에 협조하지 않은 만큼 공적자금 동의안과 예산안 심의ㆍ처리 등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탄핵안 표결 시한은 안건 보고 후 72시간이 되는 18일 밤 10시에 끝나지만 이날 표결 무산으로 사실상 탄핵안은 부결 또는 폐기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18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재상정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지만 여당 의원들이 적극 저지할 것이 분명해 진통은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여야 모두 정치적 득실을 자체 분석하고 향후 정국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밑진 게 없다"며 득실이 교차했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여야 어느 쪽도 완승을 거두지 못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제3 당인 자민련은 캐스팅 보트의 위력을 보여줬지만 한편에선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당 장악력 약화와 당내 분열을 노출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탄핵안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갔으니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뒤 "하지만 탄핵안 제기 과정에서 국가권력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정치적 바람에 휘말려 상처를 입은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여당의 방해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불만이지만 검찰의 편파 수사 의혹에 대해 충분히 홍보했기 때문에 손해 본 게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측은 "검찰이 자성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속 의원들의 결속을 다진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자민련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홀대를 받아왔으나 야당의 탄핵안 제기 이후에는 민주당ㆍ한나라당 양측으로부터 '구애 공세'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들도 자민련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해왔을 정도였다. 자민련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연내에 완료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자민련 의원들은 표결 참여 시도파와 불참파로 양분돼 향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복원 여부가 주목된다. 또 의원들의 본회의장 불참을 유도하려는 JP의 의지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자민련 내부에서는 "어쨌든 이번 일로 자민련의 존재 의의를 과시했다" "자민련 내부 분열이 시작된 것"이라는 두 갈래 평가가 나왔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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