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험을 왜 보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대학들이 입학사정에 곤란을 겪고, 고교마다 진학지도에 혼란이 생기고, 학생들 실력이 떨어진다는 불평이 거셌다.이런 비판을 의식한 교육당국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해 평균점수가 몇 점 떨어질 것이라더니, 시험이 끝나고 보니 이건 시험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고교별 가 채점 결과 400점 만점에 380점 이상 초 고득점자 수가 지난해의 3배 정도인 1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100점 만점에 95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고도 대학시험에 떨어지는 사람이 수천명 나오게 생겼다. 이런 시험결과를 가지고 어떻게 수학능력의 우열을 가린단 말인가.
각 대학이 벌써부터 대학별 지필고사나 제2 수능시험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제2 외국어 과목은 대다수 수험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쉬워 수능시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고교의 경우 독일어 응시자 200명 가운데 150명 정도가 만점을 받았을 정도고, 독일어 선택자가 5분만에 답을 다 쓰고 불어시험 문제를 풀어보니 거의 다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니 치나마나 한 시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고득점자 홍수사태는 아무도 안심할 수 없는 긴장을 조성해 수험생들은 벌써부터 논술고사 과외경쟁에 돌입했다. 유명 논술과외 교사를 찾아 새벽부터 학원 문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이 신기하다 못해 서글프다. 과외를 없앤다고 문제를 무작정 쉽게 내게 한 정책이 오히려 고액과외를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수능 성적이 대학입학 전형의 잣대가 되는 제도는 이번으로 마지막이고, 2002학년도부터는 수능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누어 보조자료로만 활용한다.
고교 내신성적을 중심으로 한 학생생활기록부가 입학사정의 중심이 되는 새 제도는 현실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지역간ㆍ 학교간 실력차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각 고교의 내신성적 부풀리기 경쟁과 내신과외 바람, 학부모 치맛바람은 이미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대입제도는 교육의 발전을 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과외방지라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목표를 맞추면 교육과 학문의 발전은 뒷걸음 친다. 이번 소동을 계기로 교육당국은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제도를 보완하기 바란다. 학생선발권은 대학에 되돌려 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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