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7일 민주당의 본회의 상정 차단으로 처리가 무산됐다.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밤 11시 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정회가 된 사이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이만섭(李萬燮) 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아 본회의를 유회시켰다.
자정을 넘기며 자동 유회가 되는 과정에서 휴회 결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국회 본회의는 18일 오전 10시 자동 개회되나,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 자체는 불확실하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15일 밤 10시25분) 이후 72시간 이내(18일 밤 10시25분)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 의장은 대정부 질문 종료 직후 "의장으로선 어떤 어려움과 고충이 있더라고 국회법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며 "탄핵소추안을 의사일정에 추가한다"고 말해 본회의 상정 방침을 재확인 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민주당의 의원총회 요청도 있고, 표결을 위한 기표소 설치를 위해 정회를 선포한다"면서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본회의장 이석을 허용 했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소추안의 처리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5차례나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지연 전략을 택한 반면, 한나라당은 질문 단축과 서면답변, 추가질문 포기 등 속전전략으로 맞섰다. 이 바람에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는 내내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됐다.
민주당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 표결 불참 등을 유도하며 설득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과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등 지도부의 설득에도 불구,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했고 9명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에맞서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탄핵안의 본회의 상정ㆍ표결은 여야 합의사항"이라며 "이를 어길 경우 공적자금 추가조성과 새해 예산안 처리 등 국회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탄핵안 상정을 무산시키려는 민주당이 시간끌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며 "시간을 지연시킨다고 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 없다"고 비난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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