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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길 위에 스며든 '문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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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길 위에 스며든 '문학의 향기'

입력
200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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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휴스님 전집 10권 완간"득의망언(得意忘言), 이제 말과 글을 버리고 뜻을 찾겠습니다."

문학수행 29년을 정리한 전집 10권 (우리출판사 발행)을 최근 완간한 불교계 대표적 승려문인 정휴스님은 전집이 "하나의 완성이 아니라 또 하나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1971년 문단에 데뷔한 정휴(56)스님에겐 문학과 수행은 두 갈래 길이 아니었다. 세간과 출세간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듯이, 문학 속에서 살아 부대끼는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수행이 여실한 자아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라며 문학은 그 본성이 생동하는 공간인 셈이었다.

올 초 나온 '적멸의 즐거움'까지 모두 묶어 문학인생의 한 고비를 갈무리한 그는 "여전히 나는 탐심(貪心), 분심(憤心), 치심(痴心)이란 세가지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제 벗어남의 초입에 이른 것 같다"며 "더욱 버리고, 비워내는 수행을 통해, 그 끝에 깨달음이 있다면 그 때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역사에 남을, 감동적인 작품을 남기지 못한 자기 방황의 흔적"이라고 하지만, 그의 전집은 인간적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깨달음의 길 위에 늘어선 큰 족적이다.

경허스님의 일생을 소설로 담은 '슬플 때마다 우리 곁에 오는 초인'을 비롯, 선사들의 삶과 어록 등을 담아낸 '고승평전' '적멸의 즐거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 '선문에 뜨는 달은 말을 하더라' 등 한국 선사들의 수행과 행적, 그리고 그 철학을 오롯이 집약했다. 한국 선의 문학적 집대성인 셈이다. 구도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소설 '열반제' 에서는 인간 정휴의 면목을 살필 수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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