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을 둘러싼 10여년에 걸친 재계의 각축이 식음료업계의 거함 두산과 코스닥의 신예 스페코의 한 판 승부로 압축됐다.산업자원부와 산업은행은 17일 한중지분 36%매각 입찰심사 평가단이 양 컨소시엄의 재무구조와 인수자금 조달계획, 인수 후 사업계획 등을 종합 평가, 모두 적격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 컨소시엄은 이 달 20일부터 20일간 한중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내달 12일 가격입찰에 나서게 된다.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
객관적인 전력상 뒤질 게 없다는 입장인 두산 컨소시엄은 한중 인수를 통해 식품기계 분야의 축적된 기술력과 건설의 종합플랜트 노하우를 결합, 그룹의 주력 이미지를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전면 쇄신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두산그룹 전략기획팀 이상하 상무는 "자금 동원력이나 경영 노하우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앞설 것"이라며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입찰은 두산의 그룹 컬러가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리앗에 대든 '다윗'에 비유되는 스페코 역시 올해 한라중공업 플랜트부문 인수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종합기계 플랜트 전문기업으로 나서겠다며 사운을 건 대결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플랜트 분야는 1979년 신성플랜트를 전신으로, 97년 사명을 스페코로 바꾼 김종섭(金鍾燮ㆍ53)회장의 주 전공분야. 스페코의 아스팔트 플랜트와 한라스페코의 발전설비, 대아건설의 토목 노하우 등 기술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입장.
스페코 이재빈(李在彬)전무는 "2억달러 외자유치 계획 등 탄탄한 자금확보 전략을 마련한 상태"라며 "중공업 20년업력의 한라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만큼 승산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승패 변수는 '가격+알파'
성패는 응찰가에서 우선 가려질 전망.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중 매각지분 시장가격인 약 1,600억원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평가단 예정가보다 응찰가가 10%이상 낮게 나올 경우 유찰도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상태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 만큼은 제 값을 받겠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변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중이 기계ㆍ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장기적인 발전전망까지 고려해 낙찰기업을 선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거평그룹이 대한중석을 무리하게 인수한 뒤 동반 도산한 전례를 보더라도 응찰가만 보고 무턱대고 넘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인수자금에 차입금이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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