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인플레에 선발 고심학원들의 수능 시험 가채점 결과 유례없는 '점수 인플레 현상'이 예상돼 각 대학들이 학생 선발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특히 수능 성적 위주로 뽑는 특차모집의 경우 동점자가 많이 나왔을 때의 처리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대 유영제(劉永濟) 교무부처장은 17일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없어진 만큼 특차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 정시모집에서는 논술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고득점자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학생부 성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특차의 경우 모집단위별로 20~30%가 반영되는 학생부 기록 평가기준을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세분해 적용하고 7단계인 동점자 처리 단계도 더 늘릴 계획이다.
그는 "특차에서는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점수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정시모집에서도 논술고사를 통해 변별력을 확인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말해 논술시험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했다.
곤혹스럽기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동점자는 전원 선발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내년 입학정원이 줄게 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수능 성적만으로 특차 정원의 50%를 선발하는 연세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동점자의 경우 모집단위별로 특정영역에 가중치를 두더라도 만점자가 많아지면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하수(金河秀) 입학관리처장은 "일부 명문고나 학원의 가채점 결과만을 놓고 수능 성적 전반을 단정해서는 안된다"면서도 "고득점 동점자처리문제를 놓고 고민중이지만 뚜렷한 방안이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시모집에서는 논술에서 차별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해 연세대 역시 논술시험의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특차의 경우 동점자를 모두 합격처리한다는 것 외에 아직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정시모집에서는 면접 최저점수를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구체적인 반영비율이 이미 확정된 상태라 올 입시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이화여대는 수능 성적 동점자의 경우 학생부 성적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고 학생부 기록 평가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학 김영수(金英秀) 입학처장은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 동점자 처리 기준을 세분화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동점자 처리 기준에 나이를 적용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도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점수가 너무 황당하게 나와 몇 년간 쌓아온 자료가 쓸모 없게 됐다"(경복고 이광훈ㆍ48ㆍ3학년 담임) "난리났다. 소신지원이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진학지도가 뒤죽박죽이 될 지경이다"(서울고 김영규ㆍ46ㆍ3학년 부장)며 난감해 하고 있다.
학교마다 연 이틀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하향지원이 늘어날 것" "사상 최악의 눈치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뻔한 전망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은광여고 문영태(54) 3학년 학년부장은 "교사와 학생 모두 불안해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진학지도가 어려워지면서 예년에 볼 수 없던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논술시험이 당락을 가를 중요변수로 등장하자 대원외고와 구정고는 대학교수나 논술전문강사를 초빙하기로 했고, 전 교과 교사 투입, 실전테스트식 논술연습, 고전 특강, 대학별 그룹지도 등 논술 준비를 위한 아이디어가 만발하고 있다.
기말고사도 전쟁터로 변했다. 경기고 한기성(42) 3학년부장 교사는 "파장 분위기이던 예년과 달리 학생들이 내신에서 1점이라도 더 받겠다면서 기말고사를 진지하게 치르고 있다"면서 "입시 일정상 수능이 끝나자마자 바로 기말시험을 볼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기희기자
baram@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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