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검찰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이 민주당 의원들의 실력저지로 끝내 무산되자 "설마 설마했는데, 결국 국회의장에게 당했다"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만섭(李萬燮) 의장의 본회의장 출입을 권유하기 위해 의장실로 몰려갔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정을 넘겨 본회의가 자동유회돼 탄핵안 상정이 무산된 직후에도 맥이 풀린 표정으로 한동안 의장실을 빠져 나오지 않았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당초 탄핵안 상정을 앞두고 정회를 하더라도 의장이 자리를 비우지 않겠다는 것이 의장과 홍사덕(洪思德) 부의장의 약속사항이었다"면서 자리를 비워 민주당 의원들에게 저지할 여지를 준 이 의장을 겨냥했다.
한 재선 의원은 "여당이 국회의장을 감금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도대체 집권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풀어나가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전략전술의 부재로 또다시 눈뜨고 당했다"면서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한 의원은 "의장을 지나치게 믿었던 것이 실수"라면서 "민주당의 실력저지 움직임을 전해듣고도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상정 무산 소식을 전해들은 이회창(李會昌) 총재 등 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자정을 넘기고도 한동안 본회의장에 남아 홍 부의장, 김기배(金杞培) 총장 등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탄핵안 발의로 여당을 압박한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자위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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