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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풍자…"역시 코엔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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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풍자…"역시 코엔형제"

입력
200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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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제는 어디에 있는가?코엔 형제의 영화는 기괴하다. "옛날에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살았는데, 그는 계모를 음해하기 위해 숲속에서 독사과를 먹었다"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코엔식 이야기 기법이다.

독특함이 식상해 질 만큼 도처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시대, 코엔 형제는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Oh Brother Wherw Are Thou)' 를 통해 정통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호머 '일리아드 오딧세이' 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의도는 주인공 이름에서도 눈치를 챌 수 잇다.

에머릿 율리시즈(조지 클루니). 그는 진지함이라고는 없는 언변 좋은 이 사내는 피트(존 터투로), 델마(팀 블레이크 넬슨)을 꼬드겨 탈옥한다.

'쇼생크 탈출' 처럼 탈옥의 과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냥 옛날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이들은 그저 '어느날' 탈옥을 한다. 에머릿은 댐에 잠겨 버릴 자신의 집에 120만 달러쯤 되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거짓말로 같은 사슬에 묶여 있던 동료 죄수를 꼬드겼다.

이들은 운도 지지리도 없다. 심각한 조울증을 앓는 은행강도와 합심해 돈을 벌지만, 촌뜨기들이 식당에서 돈 자랑을 하다가 흠뻑 두들겨 맞고 돈마저 빼앗기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아내를 찾아왔지만 딸 다섯을 부양해야 하는 아내(홀리 헌터)는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있다. 사정은 점점 긴박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일종의 노래극 처럼 전개된다. 미시시피의 한 지방방송에서 그들이 '촌뜨기들'이란 이름으로 '슬픔에 관하여' 라는 컨트리송을 녹음한 것을 시작으로, 냇가에서 세 명의 여성을 만나는 장면은 완전한 뮤직 비디오의 40년대식 버전이다.

강가의 셋 뮤즈들은 노래를 부르며 다가와 이 남자들에게 입을 맞추는데, TV에서 보여지는 뮤직비디오의 전형적인 연출 기법이다. 세상에 널린 MTV식 뮤직 비디오와 이것을 본 딴 영화들에 대한 일종의 조롱으로도 보인다.

코엔 형제의 강점인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만은 변함없다. 주지사는 탐욕스럽고 참모진 역시 배가 튀어나왔다. 개혁을 부르짖는 젊은 야당 후보는 백인우월주의 테러를 자행하는 '구악 뺨치는 신악(新惡)'이다.

영화는 두꺼비로 변한 친구를 애지중지 안고 다니는 못난 탈옥수를 통해 거대한 이데올로기보다 차라리 '형제애' 가 값짐을 말한다. 힙합과 테크노의 시대에 컨트리송으로 가득해 다소 보수적으로 보일 법도 하다.

그러나 육중한 소가 차에 치이는 한 장면만으로도 "역시 코엔"이라는 감탄이 나온다. 사람이 차에 치여 피가 튀는 장면은 익히 보아 왔으나 육중한 소가 부딪치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은 코엔 형제의 감각이 낡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맛깔스럽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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