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IMF는 지난 두 주에 걸친 연례협의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IMF의 전망치는 한국이 내년에는 위기국면을 완전히 벗어나 안정성장 궤도에 진입하게 되리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IMF의 낙관적인 견해는 재정전망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금융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에서의 협의 내용은 별반 새로운 내용이 없다.
과연 한국경제는 IMF의 전망대로 차분히 안정권에 진입할 것인가. 불과 3년 전에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정부는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펀더멘털이란 거시지표에 의해 대변되는 것으로 시장의 미시적 움직임이 포착되고 표면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경제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가 거시경제지표만 들여다보고 경제의 흐름을 판단하고 정책을 수립한다면 항상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요즘은 개인 소비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으며 투자전망이 다시 안개에 갇힌 것처럼 불투명하다.
수출전망은 미국의 연착륙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자금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한 지 오래이며 신용경색으로 인한 투자위축이 발생하고 있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렇게 위축된 체감경기는 내년 3월에나 가야 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정부가 거시 경제지표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시장의 미시적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사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불황 자체가 아니라 불황의 강도와 지속기간이다. 불황의 강도를 조절하고 지속기간을 줄이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경제가 불황에 지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공급받아야 하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산업위주의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국제원유가와 반도체 가격의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이러한 고질적인 산업 구조의 문제는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심화된 측면이 있다.
다른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향후 불황에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선택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불황이 오면 과연 IMF의 예상대로 재정확대를 통해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공적자금 조성으로 인해 이미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릴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재정적자란 일단 발생하기 시작하면 흑자로 돌아오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국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또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재정은 눈덩이 적자 행진을 계속하게 된다. 더욱이 경기후퇴기에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재정을 확장할 수도 없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바로 이 문제 때문에 10여년째 대규모 재정적자와 장기불황을 겪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통화정책도 그렇게 유연하지 못할 전망이다. 최근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에도 인플레이션 심리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금리인상 한번 제대로 못했다. 그 결과 근원인 플레이션은 작년의 0%대에서 이미 3%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물가안정 시대에 3%라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
정부는 우선 시급히 할 일은 IMF의 낙관적 전망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공적자금 집행을 비롯한 정책들이 투명하고 엄정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또한 시장에서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감리럭㉤또求~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백웅기ㆍ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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