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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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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본' 시대가 온다

입력
200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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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부/ 스탠 데이비스, 크리스토퍼 메이어 지음 / 신동욱 옮김영국의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는 1997년 5,500만 달러 어치의 15년 만기 '보위 채권'을 발행했다. 자작곡에 대한 로열티와 앞으로 개최할 공연에 대한 수입 등을 근거로 자신을 금융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사는 이 채권에 제너럴 모터스(GE)와 동일한 신용등급인 'A'를 부여했다. 프루덴셜 보험사가 전량을 사들인 이 보위 채권은 인적자본이 마침내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첫번째 사례이다.

미국의 언스트 앤 영 경영혁신연구소 소장(크리스토퍼 메이어)과 선임연구원(스탠 데이비스)이 지은 '미래의 부'(세종서적 발행)는 예지적이고 도발적이다. 가까운 미래의 '부(富)'를 정의하면서 이들이 내세운 인적자본과 리스크 관리 등의 개념은 가히 혁명적이다. 인적 자본이 '보위 채권'의 경우처럼 유가증권으로 변신해 거래되는 상황은 어떻게 보면 암울할 정도다.

이들이 내세운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지난 해 4월 28일 미국 최대의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e- 베이(www.eBay.com)에 나온 다음과 같은 경매물건이다. '주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근무하는 16명 전원이 한 팀. 단체로 이직하고자 함. 디렉터 1명(20만 달러), 매니저 2명(18만 달러), 행정 관리직원 5명(15만 달러). 입찰 최저가 314만 달러'.

저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20년 후가 되면 독자들은 자신의 주가를 알려주는 기계의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깰 것이라고 단언한다. "당신은 0.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젠 일어나시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결코 허황된 주장만은 아닌 것 같다. 세계 경제가 공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다시 정보통신산업으로 변모했으며 앞으로는 무형자산(인적자본)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이들의 논리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스티븐 킹이나 이문열과 같은 유명 작가의 경우 이들이 몇 년 후 쓰게 될 지도 모를 작품에 대해 선급금을 쥐어주겠다는 주문이 몰려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점은 분명히 금융시장 지향적이다. 실물경제보다 금융시장을 우위에 두고, 금융시장이야말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해 있다.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것은 우리가 안정적인 채권보다는, 위험도가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리스크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변모한다.

물론 스산하기만 한 우리 경제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는 것은 고역일 수도 있다. '성장 잠재력을 잣대로 기업을 평가하라. 과거 수익보다는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과 가속도를 감안해 기업에 투자하라'는 이들의 주장에, 국내 닷컴기업과 코스닥시장에 투자했다 빚만 지게 된 많은 개인투자가 중 그 누가 찬성표를 던질 것인가?

그럼에도 '부유층은 투자를 하고, 서민층은 보험을 들며, 중산층은 양쪽을 조금씩 다 한다''자동차를 사기보다는 리스해서 되도록 많은 부를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해 투자자본으로 활용하라'는 이들의 주장은 여전히 우리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모든 유가증권 가운데 가장 기대를 걸어볼 고수익 상품이 바로 인적자본이라는 지적 또한 실업위기에 몸을 떠는 직장인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역시 미래는 준비하는 자들에게만 열려있는 셈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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