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결코 열등생을 우등생으로 둔갑시켜주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오합지졸이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기적' 이란 없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속의 그런 기적은 비현실적이지만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다. 너무나 상투적이고 뻔한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의 '기적'에 즐거워 한다.그들은 대리선수(The Replacements)이다. 미국 프로 내셔널풋볼리그(NFL)의 센티널즈팀 선수들이 연봉문제로 파업을 하자 구단주는 협상을 거부하고 전설적인 코치 지미(진 헤크먼)를 영입한다. 그가 뽑은 대리선수를 보자.
프로에 진출하자마자 대패를 하고 자포자기로 살아가는 쿼터백 셰인(키아누 리브스), 달아나기 명수의 좀도둑, 일본인 스모 선수, 감옥에 간 축구선수, 거구의 흑인 보디가드. '공포의 외인구단' 이나 '으랏차차 스모부' 와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웃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내일이 없기에 누구보다 강할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야비한 구단주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가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원래의 쿼터백을 기용하자 일부러 경기를 망쳐, 셰인을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그리고 예전처럼 각자의 밑바닥 인생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그것으로 그들은 변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그것이 '희망' 이라고 말한다. 그 희망을 위해 영화는 잠시 '기적'에 빠져든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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