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루한 광고에 도시락을 던져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루한 광고에 도시락을 던져라

입력
2000.11.17 00:00
0 0

지루한 광고에 도시락을 던져라 / 마정미 지음 / 문예출판사 발행이런 방송광고(CF)가 있었다.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리고 얼굴을 물속에 집어넣는 10대 소녀, 나뭇가지를 움켜쥐는 손가락, 손 안에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올챙이, 소녀가 굴을 입 안에 밀어넣는 장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SK텔레콤의 TTL 광고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광고산업을 이끌어온 광고계 원로들은 이 광고를 두고 "광고 표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변해가는 방송광고 표현양식에 놀라는 것은 광고계 원로들만이 아니다. "나도 공짜가 좋아"를 외치는 아저씨를 통해 촌스러움을 상품으로 내건 광고, '신바람 이박사'가 출연해 정신 없이 노래를 불러대는 광고 등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동명정보대 겸임교수이자 광고평론가인 마정미씨가 지은 '지루한 광고에 도시락을 던져라'는 50여 편의 인상적인 방송광고를 통해 이 시대를 읽으려 한 문화비평서이다. 도시락은 단조로운 세상의 던지는 일종의 가상폭탄(전환점)이다.

저자는 분석의 잣대로 속도, 키치(촌스러움), 혼성, 복고, 유머, 춤, 패러디, 에로티시즘, 가상공간, 영웅 등을 활용한다. 영화배우 신현준이 출연한 광고에서는 그가 쏜 화살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고(속도), 사이버증권회사 광고에 뽕짝가수가 출연한다(혼성). 맥주 선전에 1960년 대 영화 포스터가 등장하고(복고), 샤론 스톤은 휘발유 광고에서 "강한 걸로 넣어주세요"라고 외치는(에로티시즘) 식이다.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하며 책을 읽다보면 요즘 광고는 결국 N세대를 위한, N세대의 소비욕을 자극하려는 표현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분서의 잣대로 내세운 것들은 바로 N세대를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한 것이다.

김관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