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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만나서 풀자" 부시 "끝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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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만나서 풀자" 부시 "끝나고 보자"

입력
200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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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 재검표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정치적 타결의지를 담은 제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았으나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이를 거절했다. 이로써 플로리다 사태는 정치적 해결이 사실상 물건너가고 결국 법원의 판결에 승부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고어 후보는 15일 오후 6시반(현지시간) 워싱턴 부통령 관저에서 러닝메이트인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을 대동한 채 기자회견을 갖고 2가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고어후보는 법원의 판결대로 현재 진행중인 팜 비치 카운티등 3개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수용하거나 재검표를 플로리다주 전체로 확대 실시하자는 것과 부시 후보와 조속한 시일내에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고어 후보는 만약 이 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자신은 부재자투표결과를 포함한 최종결과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일종의 정치적 타결을 시도한 고어측의 이 같은 제의는 부시측에 의해 즉각 거부됐다.

고어측의 제안을 접한 부시 후보는 참모들과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이날 밤 텍사스 오스틴 주지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어의 제안은 공정하지 않고 임의적인 것"이라며 고어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시는 이 회견에서 "공정하고 정확하고 최종적인 방식으로 투표가 끝나야 한다"고 전제하고 고어측의 재검표 주장이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에 대한 선택적인 검표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이유를 밝혔다.

부시는 고어측의 즉각적인 회동제의에 대해서도 "갈라진 미국여론을 치유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은 그 시점이 아니다"며 "주말이 지나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나 만나자"고 말했다. 양 후보의 이같은 공방에 대해 미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고어측의 전략적 승부로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고어의 제안에 대해 2차 대전의 승리에 전환점이 된 영국의 윈스턴 처칠의 명연설만큼이나 획기적인 '선제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6일 아침 애틀랜타 제1순회 항소법정에서 열릴 심리에 앞서 나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플로리다 사태관련 재판은 여론의 추이에 따라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법리공방이 아닌 정치적 타결을 먼저 제안한 고어가 일단 우세한 고지를 점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전략가와 법률가 등이 총동원된 가운데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이번 대회전에서 부시 진영의 다음 반격이 주목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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