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충격과 증시침체 한파로 소비심리가 급속히 결빙되고 있다. 하지만 크고 비싼 제품, 고급 외산품은 오히려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어 계층간 소비행태는 극단적인 양극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불황(절대적 빈곤)과 빈부차(상대적 빈곤)가 동반 악화하는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가계소비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77.5로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1998년 11월(65.9) 이후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래의 소비를 예고하는 소비자기대지수 역시 98년12월(86.7) 이래 가장 낮은 89.8로 조사됐다.
소비자평가지수가 100 미만이면 6개월 전보다 소비를 줄인 가구가 소비를 늘린 가구보다,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 소비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가구보다 각각 많다는 뜻이다.
지표경기는 별개로 놓더라도 일반 도시가정이 받아들이는 현 시점의 체감경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한창이던 98년말에 견줄 만큼 꽁꽁 얼어붙은 셈이다.
또 10월 현재 저축이 늘어난 가구는 7.5%인 데 반해 부채 증가 가구는 3배에 가까운 20.9%나 됐고 1년 전과 비교한 가계수입도 감소가구(33.6%)가 증가가구(15.7%)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소비심리 위축과 실물경기 둔화가 '소수호황-다수불황'의 비대칭 구조로 전개된다는 점. 10월 국산 승용차 판매는 8만7,000대로 작년(9만8,000대)보다 11%나 줄어들었지만 외제승용차 수입액(9월 1,500만 달러)은 무려 122%나 늘어났다.
외제 가전제품 수입규모 역시 작년 대비 5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의 매출액도 10월들어 유례없는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했다. 모 대형백화점 관계자는 "일반매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마치 IMF 직전을 방불케 한다"며 "그러나 고급 외제브랜드 매장에서만은 몇백만원짜리 코트와 핸드백이 진열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택경기 역시 마찬가지. 11ㆍ3 퇴출조치 직후 실시된 서울지역 아파트 10차 동시분양 청약접수에선 분양성수기임에도 불구, 1순위 미달률이 연중최고치인 54.1%에 달했지만, 특정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60~100평형 고급아파트는 원매자가 줄을 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고급아파트 분양 대행 전문업체인 S사 관계자는 "대기업 임원급과 골프회원권 소유자, 주요 호텔 멤버십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은 경기와는 관계없이 대형아파트의 상시 대기 수요자들"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부실기업 퇴출과 금융기관 감원 등으로 내년 초까지는 소비경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후유증이 단기간내 해소되기 어렵고, 해외경제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빈부격차까지 확대됨에 따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불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지영 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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