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가 해마다 견습기자를 뽑을때 몇번 면접시험관으로 참가했던 경험이 있는데,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문제에 대해서 느낀 점이 많다. '언론고시'라는 말이 붙을만큼 경쟁이 심한 견습기자 시험에서 마지막 관문인 면접까지 오는 젊은이들은 어디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인재들이다.우선 그들이 대견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를 저 정도로 키우기까지 부모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까"란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된다.
그런 생각으로 가족소개란을 살펴보면 10%내외는 부모의 학력이 국졸(國卒)이다. 부모의 나이는 대개 40대인데, 그 연령층에서 중학진학을 못했다면 매우 어려운 형편이었음을 짐작할수 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주문하면 그들은 이런 대답을 한다.
.부모님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우리 형제들을 열심히 교육시키셨으며, 저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어려운 환경속에서 한평생 부지런히 일하여 자수성가하셨으며, 그런 아버지를 본받아 저희 형제들도 성실과 노력을 가훈으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준비된 모범답안'일수도 있지만, 그런 대답을 들으면서 부모의 인품을 그려보는 때가 있다.
과외공부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 가난한 살림속에서 자녀를 저렇게 잘 키운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일까. 높은 교육을 받고 높은 소득을 올려서 부족함없이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들도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시대에 국졸의 가장이 자녀들로부터 받는 저 존경과 사랑은 어디서 오는걸까.
버릇없는 젊은이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 저렇듯 언행이 반듯하고 공손한 아들딸을 키워낸 부모님은 대체 어떤 분일까.
그들중에서 누가 최종시험에 합격하여 기자가 되었는지 면접때의 얼굴을 일일히 기억할수는 없지만, 국졸의 부모님을 가진 젊은이들이 언론계로 계속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 나는 항상 든든하게 느껴진다.
언론계는 특히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직장이다.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억울함이 가슴에 맺친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줄 아는 기자들이 많아야 한다. 그런 시각이나 이해가 반드시 경험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계로 들어오는 젊은이들의 절대다수가 대도시의 중산층이상 가정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언론은 더욱 '특수권력화'하고, 서민들의 사정을 대변하는 기사는 줄어들 것이다.
서울대등 명문대 입학생들의 가정배경 조사에서 관리렝渙?汰~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농어촌 출신 비율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최근 서울대가 발표한 2000년도 신입생 특성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부모직업이 전문관리직인 학생이 49.8%, 사무직 16.9%, 판매 서비스직 15.8%, 생산직 9.3%, 농어민 3.5%로 나타나 있다.
출신지역을 보면 서울 45.2%, 6대광역시 31%, 중소도시 읍 면이 23.8%다.
서울출신의 절반은 강남 8학군 출신이다.이러한 비율은 전체국민의 직업분포나 지역별 인구분포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자료의 공개로 교육에서의 부익부빈익빈(富炅^몄烱?현상과 신분의 대물림을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몰려있는 서울대에 정부보조를 계속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 역시 '중산층이상'에 속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런 교육불평등을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국졸의 부모를 가진 자녀들도 개인의 재능만으로 좋은 교육을 받는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 교육을 바탕으로 사회 곳곳에 진출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코리언 드림이 살아있어야 한다. 지금 그 꿈이 죽어가고 있다는 경고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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