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이를 둔 30대 가정주부 A씨는 5개월 전부터 인터넷 채팅에 빠져 심각한 생활장애와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매일 남편과 아이들이 출근한 뒤면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채팅을 하고 식구들이 잠든 한밤중에도 새벽 2시까지 인터넷에 열중한다고 했다.
A씨는 "24시간 컴퓨터를 켜놓고 남자친구가 채팅사이트에 접속돼 있는지 확인하며 메일이 없거나 채팅접속이 안되면 심한 우울증을 느낀다"며 "집안 일은 물론, 가족에게도 무관심해져 상담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괴로워 했다.
유학간 딸과 e_메일을 주고 받기 위해 두달전부터 인터넷을 배웠다는 정모(53ㆍ여ㆍ서울 동작구 대방동)씨도 인터넷중독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하루종일 쇼핑 및 요리정보를 찾아 인터넷사이트를 검색하고 e-메일 보내기에 빠져 있다 보니 가사일은 뒷전이고, 남편 퇴근후 밥상조차 차리지 않게 됐다는 것. 정씨는 "딴일을 하려해도 집중이 안되고, 도저히 컴퓨터 앞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나 문제가 됐던 인터넷 중독증이 최근 주부들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부 인터넷 이용률이 지난해 10월 5.1%에서 올8월 15.4%로 급상승하면서 온종일 채팅과 쇼핑정보 검색, 주식투자, 게임 등에 매달리는 주부가 크게 늘고 있는 것.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는 주부가 전체 주부이용자중 22%에 이르고 31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는 주부도 2.3%에 달할 정도. 이로 인해 남편들 사이엔 '사이버 홀아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으며 아내의 '사이버 외도'로 인한 이혼도 급증하고 있다.
컴퓨터업체 직원인 김모(36)씨도 아내의 인터넷중독증으로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경우. "아내가 인터넷 채팅에 빠져 딸을 유치원에 맡겨놓고 밤늦게까지 데려오지 않는가 하면 밥도 차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인터넷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나도 내 인생을 찾겠다'며 반발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힘든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인터넷중독 온라인센터'를 운영하는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權貞彗)교수는 "사이버공간을 통해 새로운 대인관계와 의사소통, 자기존재에 대한 확인 및 보상심리를 느끼게 돼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며 "대부분 30대중반~40대후반인 이들은 중독증세를 쉽게 인정하거나 드러내지 않아 치료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청년의사 인터넷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金鉉洙)씨는 "인터넷 중독증에 걸리면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게 된다"며 "사이버중독도 일종의 정신병이므로 가족들의 이해아래 전문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부 인터넷중독 징후]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진다(식구들이 잠 든 후에도 인터넷을 한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프라이버시를 요구한다.
인터넷 때문에 식구들의 식사를 자주 못 챙겨준다.
집안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전자우편(e-mail)부터 확인한다.
메일이 없으면 하루종일 우울하다.
일단 접속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늘 '1분만 더'를 외친다).
외출 빈도가 줄어든다.
가족이 집에 없을 때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아무리 집안 일이 바빠도 인터넷에 접속한다.
다시 인터넷을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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