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선고교들이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고3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채점을 실시한 결과, 380점대 이상의 최상위권의 분포가 지난해보다 적어도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의 합격선이 치솟아 380점대 이상 고득점 수험생끼리 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고, '거품 점수'를 받은 고득점자의 무더기 탈락 현상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선고교에서는 논술ㆍ면접 지도 등 진학지도를 놓고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얼마나 올랐나
서울 A고의 경우 지난해 23명이던 380점대 이상 최상위권 득점자가 76명으로 3배이상 늘어났고 360~379점대 득점자도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어났다. A고 3학년부장 교사는 "지난해까지 중ㆍ상위권 수험생의 '진입장벽'이었던 언어영역이 쉬워지면서 점수가 대폭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6명뿐이던 380점 이상 득점자가 49명으로 급증한 데다 360~380점대도 두배나 불어난 서울 B고의 진학지도 교사는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평소 모의고사 350점을 받던 학생들이 너도나도 370~380점을 예상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평준화지역인 경기 C고의 경우 전체 3학년 재학생의 절반가량인 238명이 380점대 이상의 고득점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진학지도 교사는 "학생부의 불이익을 안고있는 비평준화고 수험생의 경우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도리어 불리해져 시험을 잘 보고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특목고의 경우에는 3~4문제 만을 틀려야 가능한 390점이상 득점자가 2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술 진학지도 비상
상위권 수험생에 대해서는 수능의 변별력이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선 고교들은 외부전문강사를 초빙한 논술강좌와 특강 등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고액 논술과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고 입시담당교사는 "국어과 교사뿐만 아니라 전과목 교사들을 논술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논술과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만큼 족집게 과외 등 부작용도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함께 교사들은 진학상담에서 학생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 D고의 한 교사는 "'거품 점수'를 든 수험생들이 원서를 써달라고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올해는 고득점자들도 합격자 발표까지 마음 한번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지난해 전국을 통틀어 7,000여명이던 380점 이상 득점자들이 올해는 1만5,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며 "서울대 연ㆍ고대 등 주요 5개대의 입학정원이 1만4,000명임을 감안할 때 고득점 탈락자의 양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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