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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진수 적벽가 또 완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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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진수 적벽가 또 완창합니다"

입력
200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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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가객의 실력을 옛날에는 이렇게 물었다 한다. '적벽가 부를 줄 아시오?'못한다 하면 반말조로 '심청가 부를 줄 아는가' 묻고, 그도 아니면 '흥보가 부를 줄 아냐'고 아예 하대를 했다고 한다.판소리 다섯바탕 중 적벽가가 으뜸이라는 얘기다. 소리꾼 뿐 아니라 판소리를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귀명창들도 적벽가를 판소리의 진수로 친다.

적벽가는 중국 고전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영웅호걸들의 기개를 호방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소리다. 그래서 남자에 비해 힘이 딸리는 여자가 하기는 어렵다. 이 적벽가를 우리 시대 국악의 프리마돈나로 꼽히는 안숙선(51) 명창이 25일 오후 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세 시간에 걸쳐 완창한다.

"적벽가는 뻣세고 우람한 소리라 통성으로 안하면 맛이 안나지요. 찌르고 쏟아붓고 높이 솟아오르고 때려부수고 해야 하는 소리라 여자 성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면(소리의 극적인 표현)을 그리기가 쉽지 않아요.

또 심청가나 춘향가 같은 슬픈 소리는 느린 진양조나 중모리 장단이 많지만, 적벽가는 빠른 자진모리와 엇박으로 굴곡잇게 붙여야 하는 엇모리 장단이 많아 까딱하면 장단을 삐기가 쉽지요."

"기교적이지 않은 담백한 소리 선보일터"

안숙선의 적벽가는 1984~85년께 박봉술 명창에게 배운 전형적인 동편제 소리다. 동편제 소리는 대마디 대장단을 위주로 장단을 짜고, 소리 끝을 쇠망치로 내려치듯 힘있게 끊어내며, 통성을 사용해 우조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잔재주가 통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승부해야 하는 고된 소리다.

그는 적벽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의 판소리 다섯바탕을 1986~90년에 걸쳐 완창했다. 적벽가 완창은 이번에 세 번째다. 다른 여성 명창으로 적벽가를 완창한 이는 오정숙 김영자 뿐이다. 여성명창으로는 유일하게 적벽가 완창 판도 냈다.

그의 빼어난 재주는 타고난 것이기도 하거니와 남달리 소리 욕심이 많아 열심히 공부하고 지독하게 연습해서 닦아진 것이다.

가야금 명인 강순영, 판소리 명창 강도근 등 국악 명인이 많은 외가 쪽 핏줄의 영향으로 아홉살에 국악에 입문했다. 강도근 정광수 김소희 명창에게 판소리를, 박귀희 명인에게 가야금 병창을 배웠다. 지금은 판소리가 그의 본령이 됐지만, 문화재 지정은 가야금병창으로 받았다.

"예전에 했던 소리는 많이 기교적이고 관객을 의식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내 스스로 듣고 좋아할 수 있는 소리를 하고 싶어집니다. 소리가 가진 것에 충실한 담백한 소리요. 내 귀에 앵기는 소리가 아니면 않으면 남도 좋아할 수 없으니까요."

그를 유난히 사랑했던 스승 김소희 명창이 죽기 전에 꾸지람의 편지를 준 것은 그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일이다.

"관객을 의식하고 거기에 어필하려고 본분을 잊는 건 '나는 겨우 이 정도다'하고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수많은 사람이 좋다 해도 한 두 명이 아니라 하면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갖고 있는 것을 그대로 하라는 말씀이셨지요. 그 편지가 나를 지키는 힘이 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그가 제자들에게 늘 하는 말은 '소리를 거짓으로 하지 마라. 인격을 갖춰야 바른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스승들이 강조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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