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ㆍ공화 양당은 14일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이 개표결과 보고시한 명령이 유효하다고 결정한데 대해 서로 "우리쪽에 유리한 판결"이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유리한 국면 조성에 안간힘을 쏟았다.민주당은 처음 기대와 달리 뜻밖의 판결이 나오고, 언론이 "민주당이 일격을 당했다"는 평가까지 내리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 테리 루이스 판사가 붙인 단서조항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일순간 반전되며 공화당과 언론에 역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곧바로 "법원이 마감시한을 사실상 연장한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감사하고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재검표 참관인단 대표인 워런 크리스토프 전 국무장관은 "판결 내용은 우리가 추구하던 법원의 결정에 상당하는 것"이라며 "수작업 재검표가 완료된 뒤 주당국이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순회법원 판결 뒤 플로리다주의 캐서린 해리스 국무장관이 팜 비치 등 3개 카운티에 15일 오후 2시까지 수작업 재검표의 서면 이유서를 제출토록 명령한데 대해 "또 다른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했다. 윌리엄 데일리 대변인은 "해리스 장관의 새로운 요구는 지방선관위에 불필요한 짐을 안겨 수작업 재검표를 막으려는 술수"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순회법원의 판결이 자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하며 즉각 환영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수세에서 벗어나 대선 논쟁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의 캐런 휴스 대변인은 "부시 후보는 오늘밤까지의 유효한 개표 상황과 17일의 부재자투표 결과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 개표보고 시한 명령의 유효성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의 판결 단서조항 강조에 대해서는 "고어측이 수작업 재검표를 위한 시간을 벌기위해 '실낱 같은 빛'을 찾고 있다"고 비꼬았다.
공화당 재검표 참관인단 대표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고어측이 개표 보고 마감 시한을 지켜줄 경우 우리도 플로리다주의 수작업 재검표 중단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제의,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베이커 전 장관의 제안을 거절하자 이날 법원이 문을 닫기 직전인 오후 5시께 서둘러 연방 11 항소법원에 수작업 재검표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테리 루이스 판사는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 보고시한 연장 신청에 대해 민주ㆍ공화 양당이 모두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 무난한 결정을 내린 리언카운티 플로리다 제2순회법원의 테리 루이스(48) 판사는 소탈하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1998년 민주당 출신 로튼 칠레스 주지사에 의해 순회법원 판사로 임명된 뒤 18세 이하 소녀의 낙태를 부모에게 통보하도록 의무화 한 플로리다 주법의 집행을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봉쇄하는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처리해 왔다.
플로리다 토박이인 그는 플로리다 주립대와 법과대학원을 나온 뒤 12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카운티 판사로 선출되면서 판사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13일 예비심리에서 "18일 해외부재자투표가 개봉될 때까지 일반투표의 재검표 마감이 연장되면 안되느냐"라고 질문,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지만 14일 마감시한 준수 판결을 내렸다.
루이스 판사는 알코올중독에 걸린 형사소송 전문변호사가 겪게 되는 사건을 주제로 한 추리소설 '이해충돌'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법정에서 목격한 사건을 토대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루이스 판사의 판결이 민주당측에서 요청한 보고시한 연장을 거부하면서도 민주당측의 시한연장 신청의 목적인 수(手)검표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절묘하기는 하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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