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가장 싫어했던 것은 휴일 낮 축구 중계방송이었다. 그 때문에 재미있는 드라마 재방송이 취소돼 낮 시간이 여간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도 유독 월드컵이나 한일전 때면 어김없이 가족들과 함께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곤 했다.그런 축구사랑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98 프랑스월드컵. 월드컵 기간 동안 나는 아무리 이른 새벽이라도, 아무리 우리 팀이 형편없는 경기를 하고 있더라도 TV 앞을 지키며 그들의 실수에 가슴 아파하고 그들의 득점에 기뻐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이동국선수의 눈부신 활약에 한국축구의 밝은 앞날을 보았다. 교체선수로 모습을 드러내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거침없이 뽑아낸 두 방의 대포알 슛. 비록 득점에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나를 축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한국 축구팀은 전보다 젊어지고 있다. 많은 훌륭한 선수들, 예를 들어 이동국 김용대 박강조 고종수는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월드컵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 뿐 아니라 전력 역시 젊어지고 있다. 우리 팀의 전력은 이전의 수비위주에서 짧고 빠른 공격형 축구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축구의 위기란다. 올림픽과 아시안컵에서 부진을 보이더니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는 중국팀에게까지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는 일본 축구의 눈부신 발전과 대비돼 우리를 더욱 조급하게 만든다.
나는 한국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 게임 중간에 경기장 밖을 너무 자주 쳐다보는 것이다. 특히 경기에 지고 있을 때 더 그렇다. 경기에 열중하기 보다는 경기가 끝난 후 듣게 되는 비난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율적이지 못한 우리의 축구 문화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평소 축구에 쏟는 관심이나 애정은 적으면서도 경기에서는 큰 성과를 바라는 국민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을 때는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응원일 것이다. 그리고 국제경기만 아니라 국내경기에도 똑 같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나는 지금 '붉은 악마'의 서포터이고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는 대학생이 된다. 내가 월드컵에서 자원봉사할 기회가 생긴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가 거침없이 발전해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고은나래 신광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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