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악재들이 한국경제를 조여온다. 1997년 외환위기 전야와 비교할 때 압박강도는 약하지만, 범위는 훨씬 넓고 포괄적이다. 3년전엔 미국이 든든한 후원자로 파국을 막아줬지만, 지금은 미국경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파괴력은 당시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 개도국에 번지는 환란 조짐
97년 우리나라에 위기를 감염시켰던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환란 3인방'의 통화가치는 올해에만 20~30%, 주가는 40%나 폭락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프라둠나 라나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이 확충되었고 외채구조도 개선된 만큼 97년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통화불안 사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97년 동남아 위기가 이듬해 남미로 번졌듯이 이번에도 라틴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환율절하압력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는 마침내 내주중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긴급구제금융을 수혈받을 예정이다.
브라질이나 멕시코경제는 아직 건전한 편이지만, 단일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남미경제의 장래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동남아에서 남미까지 신흥ㆍ개도국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한다면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硬)착륙 조짐
아직은 '연(軟)착륙설'이 우세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등 굴지의 투자은행쪽에선 "주가하락과 고유가로 소비ㆍ투자심리가 냉각된다면 급격한 침체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리포트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왕윤종 박사는 "경상수지 적자와 증시침체 등 여건상 달러화는 약세로 갈 수 밖에 없다. 많게는 5,000억 달러(570조원)의 자금이 미국을 벗어나 유럽으로 대이동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경제는 급격히 침체국면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경제 및 증시침체는 곧 세계경제 전체의 경착륙을 뜻하며 이 경우 '구조조정 연내완료 후 내년봄 실물경기 반등'이란 정부의 거시경제운용구상은 원천적으로 실현불가능해진다.
우선 금융부문에선 국내주식시장 회복이 불가능하고, 실물쪽에선 수출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 온다. 유럽도 유로화 약세로 우리나라의 수출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동남아는 말할 것도 없다.
32달러대의 고유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가격이 추락하는 반도체경기도 그나마 내년말이면 호황국면이 끝난다는 평가.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증가율이 10%이하로 떨어진다면 내년 경기의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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