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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막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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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막말' 정치

입력
200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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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통일ㆍ외교ㆍ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은 난데없는 돌출발언으로 오전부터파행으로 얼룩졌다. 파문의 발단은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민주당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 발언.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여당측은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퇴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국민의 소리"라며 여당측의 사과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김 의원은 본래 '우익총궐기'를 주장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극우 보수세력의 대변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 후 급 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며 일종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 사회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을 법 하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보수세력이 그나마 주장해온 비판의 정당성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막말'에 가깝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대남 적화전략을 강령으로 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릴 국민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김 의원이 금도(襟度)에서 벗어난 막말을 내뱉은 것은 결국 숨죽이고 있는 보수세력을 자극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정치권 일각에서 자극적인 '색깔론' 공세를 펼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막말은 막말을 낳을 뿐이고, 막말이 판치는 정치는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김 의원의 발언파문이 가져온 국회 파행은 상살(相殺) 의 정치 속에서 최소한의 '게임의 룰'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정치부 박천호 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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