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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회안전망 그래도 성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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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사회안전망 그래도 성글다

입력
200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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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는 2년여만에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실업률은 1999년 2월 최고 8.6%에서 2000년 9월에 3.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경영 및 이에 따른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많은 근로자들은 다시 실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금년 12월까지 실업자 수는 10만명이 더 증가하여 실업률이 4.1%에 육박할 것이라 한다. 지난 3년 동안 실직자와 그 가족들에게 많은 고통과 좌절을 안겨 주었던 실업이 또다시 많은 근로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안전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실직과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 인해 빈곤상태로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최저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우리사회에는 제1차적 안전망으로 실직후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실직전 봉급의 50%정도를 3~8개월동안 실업급여로 지급해 주는 사회보험방식의 고용보험이 있고, 제2차적 안전망으로 국고에서 무상으로 최저생계비를 지급해주는 공공부조 방식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후자는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고 실직은 계속되어 결국 빈곤계층으로 전락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 동안에 가장 큰 치부를 드러낸 것은 바로 형편없이 부실한 사회안전망이었다.

사회안전망이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에 실직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었고 실업에 직면한 근로자들의 불안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지난 3년간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대상을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수급기간도 2~6개월에서 두달여를 연장했으며 주로 아동과 노인 등 근로무능력자에게 생계보조금을 지급하던 생활보호법을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개정하여 시행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의 기능은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1차적 안전망과 2차적 안전망 사이에 큰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 아직도 큰 문제점이다.

실직자는 3~8개월까지 실직전 평균급여의 50%정도를 지급해 주는 실업급여로 최저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실업급여 수급이 끝나면 바로 2차적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개별가구의 재산평가액과 소득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에만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실업자의 대부분은 수입은 없더라도 주택과 같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재산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실업급여와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이에 큰 공백이 있게 마련인데, 특히 실업급여 수급이 끝나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일용직 및 비정규 노동자 등에게는 또 다른 안전망이 필요하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실업부조와 같은 또다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물론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2개월 연장가능과 국민기초생활법의 대상확대가 과거보다는 사각지대 폭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업부조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외국에는 빈곤층을 위한 공공부조와 같이 국고에서 재정부담을 하는 별도의 안전망으로 실업부조제도를 두어 사각지대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업부조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향후 사회안전망 제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길이 될 것이며 또한 실직에 직면한 근로자의 불안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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