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발언' 파문▲민주당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발언은 민주당의 대야불만을 일시에 터트린 뇌관이었다. 오전과 오후 두번 열린 의총은 국정 논의의 파트너를 적으로 모는 사람들과 국정을 같이 논의할수 있느냐"(서영훈 대표)는 기조 아래 격렬한 대야 성토가 이어졌다.
오전 의총에서 "상식이하의 판이 벌어지고 있다"(정균환 총무)"다시는 국회에서 빨갱이라는 말이 나오지 못하게 하자"(김희선의원)며 분을 삭이지 못하던 민주당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강경대응을 결의했다. 야당 측에 속기록 삭제 및 사과는 물론 김의원의 출당과 제명가지 요구한것.
민주당은 오후 8시30분 의총을 재개,야당측이 본회의 재개 조건을 내놓은 '속기록 삭제,정창화 총무의 유감표명'안을 검토했으나 의원들의 반응은 "말도 안된다"는 쪽이었다. "김 의원의 사퇴를 주장한 이상 중간에 흐지부지해서는 안된다"(김경재 의원), "아무리 경제가 급해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김근태 최고위원)등 '국회파행불사'발언이 속출했다. 이 와중에 이해찬 정책위원장이 "공적자금 국회동의 등 할일이 산적한 만큼 김 의원 문제를 계속 다루더라도 15일부터 국회는 정상화하자"고 고언했다. 논란 끝에 의원들은 15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와 의총을 다시 열어 본회의 참석 여부를 결론짓기로 하고 밤 10시 무렵 헤어졌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내놓은 공식입장은 "김용갑 의원의 발언은 당론과 별개"라는 것이다. 정창화 총무는 "의원 개인의 발언으로 국회가 공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조기진화 시도 의지를 밝혔다. 이회창 총재는 김의원의 발언 내용을 보고 받고,"경제와 나라가 어려운데 국회가 공전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된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정 총무는 전했다.
이날 밤 9시 넘어 열린 의원총회에선 김 의원 발언의 사과 여부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종하 의원이 "야당이 그런 이야기 할 수 도 있지.왜 우리가 유감 표명을 하느냐"고 정 총무에게 불만을 표시하자,이부영 부총재가 "할말,못 할 말이 따로 있지.경상도에서만 표 얻으려고 이러느냐.뭘 잘했다고 부추기고 그러느냐"고 맞고함을 질러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했다.
■'김용갑 발언' 순간
14일 국회의 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소리까지 나온다'는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돌출 발언으로 갑자기 중단됐다. 4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민주당의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을 강력히 성토하다가 질문 말미에 문제의 발언을 터뜨렸다. 순간 여당 의석에서는 "미친 사람 아니냐" "사과하라" 등의 고함이 터져나왔다.
김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여당은 대북정책에서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만 정신을 차리라"라고 말한 뒤 질문을 끝냈다.
민주당은 즉각 천정배(千正培) 수석부총무의 의사진행발언 신청 등을 통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김 의원 질문의 충정은 알겠지만, 민주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 운운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속기록 삭제 문제를 한나라당 총무와 상의해달라"며 중재를 시도했다.
이 의장은 "조용히 해요"를 연발하면서 "대정부질문을 더 듣고나서 의사진행발언을 듣자"고 주문했다. 여당 의석에서는 "퇴장하자" "무슨 소리냐"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나와 해명해라" 등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여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 의장은 "아무리 의원이라도 남의 당을 노동당 2중대라고 얘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김 의원을 질책하며 서둘러 정회를 선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본회의장에서 퇴장, 의총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김용갑의원 문답
_발언을 사과할 용의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소리를 의정단상에서 제대로 전했는데 왜 사과하나. 국회의원직을 그만두더라도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다." (정창화 총무는 그러나 이날 밤 "김 의원이 당 지도부에 삭제 및 사과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_발언 배경은.
"택시를 가끔 타면 기사들이 하는 이야기다. 북한의 통일전략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국가보안법만 폐지되면 우리 사회에서 자생 공산당도 충분히 탄생할 수 있고, 그 지령을 받은 대통령 후보도 출마할 수 있다."
_오늘 한 발언은 소신인가.
"택시기사의 얘기를 전한 것이다.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고 사회일각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_택시기사의 얘기에 동의하나.
"알아서 쓰라."
_발언 이전에 당과 상의했나.
"혼자 결정했다. 혼자 원고를 간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총무에게도 사전에 얘기하지 않았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문제발언' 요지
민주당은 정강정책까지 바꿔 가면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보안법 개정이 가져올 미래의 상황에 대한 염려나 고민은 전혀 없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하다 이런 식의 개정 추진은 결국 김정일이 자신의 통일전선전략을 남한내에서 구현하는 데 집권당이 앞장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니 사회 일각에서 민주당이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현정권이 추진하는 보안법 개정은 사실상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남한내의 인권 상황의 개선이 아니라 남한 사회를 통째로 김정일에게 갖다바치는 통일전선전략의 단초가 될 것이다.
■한나라 김용갑 의원은 누구인가
김용갑(金容甲레棘~ 창녕) 의원은 이른바 극우보수 세력의 상징적 정치인으로 꼽힌다. 육사 17기로 소령 시절 당시 중앙정보부에 파견 돼 안기부 기조실장까지 지냈고, 86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6공 출범에도 크게 기여, 노태우(盧泰盧) 정권 첫 총무처장관으로 임명됐다.
그의 극우 보수적 언동은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6공 초기 주무 장관이 아닌 총무처장관으로 있으면서 당시 대학과 노동계 쪽의 민주화 움직임을 겨냥, '우익 총궐기론'을 주장,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15대 때 처음 국회에 들어 온 이후에는 원내에서 줄기차게 보수 성향을 드러내 왔다.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의원들의 모임'을 만드는가 하면 지난 5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는 '보수 세력의 대표'를 자임하며 부총재 경선에 나섰다 낙선했다. 현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문제가 된 이날 발언은 최근의 남북 화해 무드를 우려하는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의도가 담긴 계산된 발언인 듯 하다. 그는 발언 의도를 묻는 질문에 "택시를 타면 늘 듣는 소리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소리를 대변했을 뿐"이라며 "국회의원직을 그만 두더라도 속기록 삭제를 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말려 드는 것이요, 국가 안보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그쪽(북한) 지원을 받는 대통령 후보가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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