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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MBC 시트콤 '세친구' - 웃음 뒤엔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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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MBC 시트콤 '세친구' - 웃음 뒤엔 '쓴맛'

입력
200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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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구'(MBC 월 밤 10시50분)는 소시민적이다. 윤다훈은 스포츠센터의 직원이고, 박상면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누릴수 있는 의사인 정웅인조차 그렇다.그들은 소심하고 순진하다. 겁이 많고 용기가 없다. 논리와 이성보다는 물리적인 폭력 앞에 더 주눅이 든다. 그들은 양심과 이기심 사이에서 늘 갈등하지만 마지막은 늘 양심 쪽이다.

그래 놓고 쓸쓸해 하거나 패배감으로 괴로워한다. 13일 '보고싶은 얼굴' 에서도 웅인은 친구(다훈)의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포기하고 쓸쓸히 돌아선다.

때론 얕은 꾀가 금방 탄로나 곤혹을 치른다. 작은 이기주의와 허세를 부려보지만 망신만 당한다. 어떤 여자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접근하는 윤다훈의 행동은 일종의 환상이다.

모든 여자가 자신의 외모와 행동에 반할 것이라는 착각은 어쩌면 현실적으로 초라한 그의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다. '웃음' 은 그 착각이 여지없이 무너질 때, 굴욕을 참다못해 남성다운 용기를 내려다 갑자기 겁을 먹고 돌아설 때 나온다.

'세친구' 의 웃음에는 페이소스가 있다. 윤다훈에게는 소시민의 안쓰런 환상이 배어있고, 작은 폭력에도 굴복해야 하는 아픔이 있다. 순수한 박상면과 정웅인에게는 그 때문에 겪게 되는 상처가 보인다. 그것들을 '세친구' 는 매번 색다른 인물과의 충돌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세친구' 는 너무나 일차적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여자 뿐이다. 심지어 노년의 최종원과 반효정까지 늘 '사랑과 성' 에만 집착한다. 윤다훈의 여자에 대한 칩착도 다분히 육체적 욕망에 있다. 이동건과 이의정의 역시 매번 육체적 사랑 표현으로 양념을 친다.

'세친구'는 인물구성상 소시민으로서 부딪치는 사회적 상황과 그에 따른 반응을 다양하게 표출할 있는 장점이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정웅인은 환자를 통해 현대사회와 인간들의 백태를 엿볼수 있고, 박상면을 통해서는 실업자의 애환과 갖가지 모습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세친구'는 이를 외면하고 윤다훈 중심의 연애만 줄기차게 고집한다. 그 때문에 '세친구' 는 생활감각을 잃어버렸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도 모두 과대망상증에 걸린 여자 같이 비현실적이고 과장스럽다.

그래서 '세친구' 의 웃음이 갈수록 쓰게 느껴진다. 어디 이 땅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이, 지금 그들의 문제가 어디 '이성 교제' 뿐인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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