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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꼬리무는 법정공방..대권욕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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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꼬리무는 법정공방..대권욕 노골화

입력
200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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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둘러싼 민주, 공화 양측의 법정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양측의 승부욕이 갈수록 노골화, 대권의 향배가 법원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수작업 재검표 마감시한을 둘러싼 공방

14일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 재검표 작업을 마감해야 한다는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의 방침이 관철되느냐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중 어느 한 쪽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공방의 결과에 따라 부시 진영의 수작업 재검표 금지신청 기각에 대한 항소 여부, 고어 진영의 투표용지 불법 여부에 대한 정식 재판 제기 등 후속 재판 일정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검표 마감시한 공방 마감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해리스 국무장관의 결정에 볼루시아 카운티는 13일 수작업 재검표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마감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소송을 지방 법원에 냈고,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이에 가세한데 이어 팜비치 카운티도 가담했다.

14일 수작업 재검표를 시작한 팜비치 카운티의 경우 마감시한을 훨씬 넘겨 19일 밤이나 돼야 재검표 결과가 집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탤러해시에서 부시 진영은 주 법에 규정된 대로 각 카운티가 개표 결과를 보고하는 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반면, 수작업 재검표로 부시와의 표 차이를 좁힌 고어 진영은 시한을 연장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를 폈다.

리언 카운틴 순회재판부의 테리 루이스 판사는 13일 오전 90분동안 양측의 주장을 들은 후 휴회를 선포했으며, 14일 오전 중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법원 주변에서는 루이스 판사가 민주당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각 카운티가 투표후 7일 이내에 개표 결과를 주에 보고해야 한다는 플로리다 선거법 102조 111항과 주 선관위에 마감시한 연장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112항 등 상충되는 조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감시한을 엄격히 지킬 경우 수작업 재검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카운티의 경우 지난 주의 컴퓨터 개표 결과로 표 계산을 할 수 밖에 없어 현재 비공식 집계에서 388표 앞서 있는 부시 측이 유리한 반면, 마감시한을 연장해 수작업 재검표를 할 경우 역전이 가능해 고어측에 유리해지게 된다.

▲수작업 재검표 금지 여부 공방

13일 마이애미 연방지법이 카운티 별로 진행되고 있는 수작업에 의한 재검표를 중단시켜 달라는 부시 진영의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일단 고어측이 개표 국면이나 여론 장악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도널드 미들브룩스 판사는 "연방법원은 매우 제한적인 역할을 지니며 이 사안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부시측은 이에 불복, 애틀랜타 연방 고등법원에 항소하거나 워싱턴의 대법원으로 직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14일 재검표 마감시한 연장 여부에 대한 플로리다 주 법원의 판단을 본 뒤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이상 여부 공방

팜 비치 카운티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혼란을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하며 웨스트 팜 비치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진행중인데 재판부는 13일 심리에서 이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는 부시측의 주장을 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시 진영이 주심 판사가 편견을 가진 발언을 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냄에 따라 심리가 연기됐다. 스테판 랩 순회판사는 "실수로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찍은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같은 발언을 부인했으나 주심판사에서 물러났으며, 이 사건은 캐더린 브룬손 순회판사에게 재배당됐다.

이 같은 양측의 법정 공방은 최소한 17일 도착하는 해외주둔 미군이나 여행객들의 부재자 투표함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국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 민주ㆍ공화 양당이 대선 결과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선호하는 법원이 달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연방법원과 플로리다 주 법원에 소속돼 있는 판사들의 성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주 법원은 대부분 민주당 소속 판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을 선호하는 판사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판사 보다 5대 4로 앞서 있는 대법원을 비롯해 연방 법원은 공화당 정권이 임명한 판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이애미 연방 지법에 수작업 재검표 중지를 요청했다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도널드 미들브룩스 판사에 의해 기각됐다. 공화당이 항소장 제출을 검토하고 있는 애틀랜타 연방 고등법원은 공화당 소속 판사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 플로리다 주에서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제기된 9건의 소송 가운데 공화당이 제기한 수작업 재검표 금지 소송만 연방법원에 제기됐고, 고어 진영이나 민주당 소속 유권자들이 낸 8건은 모두 주 법원에 제기됐다.

앞으로의 법정 공방이 고어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플로리다주 법조계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또 부시 진영이 주의 일은 해당 주에 맡겨야 한다는 부시 후보의 평소 지론을 어겨가면서까지 연방 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도 민주계 판사가 다수인 플로리다 주 법원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공방이 점차 가열되자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정치적 발언의 수위를 높이는 등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 민주당 반응 - "검표시한 지시는 당파정치"

지난 7일 선거가 끝난 이후 부통령으로서 백악관에 돌아온 앨 고어 후보는 13일 "한 표 한 표 정확한 집계를 위해선 시일이 더 필요하다" 며 플로리다주 상황에 대한 최초의 공식 의사를 표명했다.

고어 후보는 이어 "나는 몇몇 부정확한 투표로 당선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부시 후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정확한 검표를 위해 국민들도 인내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선거본부는 이날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의 검표 시한 준수 명령이 발표되자 그의 당적이 공화당임을 들어 '당파정치'로 몰아붙이며 비난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특히 해리스 장관이 플로리다 주법에 따라 부재자 투표용지가 도착하는 17일까지 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의도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반면 민주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 행정부가 들어선 후 임명된 도널드 미들브룩스 마이애미 연방지법 판사가 이날 공화당의 수작업 재검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환영을 나타내고 검표 결과에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사태가 꼬이면서 법적 소송 등 당선시비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자 민주당은 자금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공화당 반응 - "결과 뒤집으려고 위법정치"

공화당은 플로리다 주 국무장관의 마감 시한 준수 명령에 대해 전격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캐런 휴스 선거본부 대변인은 민주당의 수작업 재검표 요청에 대해서 "통일된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공정하고 정확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만무하다"며 "고어 후보는 대선의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을 어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조지 W 부시 후보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이애미 연방지법이 공화당의 수작업 재검표 중단 요청을 기각한 데 대해선 시어도어 B 올슨 변호사 등 공화당 변호인단은 "수작업 재검표를 막기 위해 연방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식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공화당이 마이애미 연방지법이 주법에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예상했으면서도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이 전략적으로 소송 제기를 강행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후보 진영의 한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연방지법의 결정은 궁극적으로는 주법을 준수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작업 재검표도 해야 하지만 아울러 14일 오후 5시까지 끝내야 한다는 논리로 시간이 촉박한 고어 진영을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도 자금 마련에 비상을 걸고 나서 지지자들에게 최대 5,000달러까지 가능한 모금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e_메일을 발송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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