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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인간' 민주주의냐 '기계' 민주주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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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인간' 민주주의냐 '기계' 민주주의냐

입력
200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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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침 미 플로리다주 볼루시아 카운티의 개표원들은 밤새 매달려온 수(手)작업 재검표 결과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득표 현황이 달라진 것은 물론이고 전체 투표수 마저 당초 기계식 개표 때 보다 320표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순간 기계식 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해온 공화당 참관인들은 땅을 친 반면, 수작업을 옹호해온 민주당 참관인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새로 추가된 320표는 분실됐던 표가 아니라 투표 당일인 7일 디베리시 305선거구의 개표기가 2시간 가량 작동을 멈춰 이 투표용지에 대한 개표를 아예 생략했기 때문이다.

기계 개표 당시 개표원들이 투표용지에 적혀있는 일련번호 조차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이 사례는 그러나 기계의 오류를 막기 위해선 인간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측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근거로 14일 오후 5시로 못박힌 수작업 재검표 시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지방 순회법원에 제기했다.

'인간이냐, 아니면 기계냐'. 이번 대선 개표의 신뢰성을 둘러싼 민주 공화 양당 논쟁은 바로 어느 쪽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가를 놓고 벌이는 씨름이다. 고어쪽은 기계식 개표에서 부시에게 패했지만 수작업 재검표를 할 경우 역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팜 비치 카운티의 표본 수검표 결과를 42만 여표의 전체 투표수에 대입해 본 추정으로는 고어 후보가 무려 1,900여 표나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때문에 공화당은 어떻게 해서든 민주당의 수작업 재검표 요구를 막는 한편, 수작업이 진행되더라도 최대한 지연시켜 법적 유효집계 마감시간을 넘기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공화당은 무엇보다 특정 지역만의 수작업 재검표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플로리다주 일부에서 수작업 재검표가 이뤄지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화당은 팜 비치 카운티 등에서 실시된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무시하고 당초에 실시한 기계식 개표 결과만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측 재검표 참관인 대표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13일 "선거 결과의 성실성과 최종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수작업은 개인적 오류와 주관에 빠질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작업 재검표는 기계식에 개표에 비해 더 정확하며 헌법과 주법이 보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일부 유권자들은 천공기로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투표했기 때문에 천공된 부분이 투표용지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경우 무효표로 처리돼 유권자의 참정권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미국 대선은 인간과 기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민주주의를 잘 반영하는 수단인지를 가리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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