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직장을 잃고 가정의 파탄까지 속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그때의 음습한 상황이 또다시 닥쳐오는 것 같다."IMF로 남편이 직장을 잃어 네 식구 입에 풀칠하기 위해 작은 구멍가게를 냈는데 대형 할인마트가 소비자를 싹쓸이 해버려 문을 닫을 지경에 처했다"는 소리가 이곳 창원을 비롯 마산, 김해지역에서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얼마전 창원에 이어 김해까지 대형 할인마트인 S홈플러스가 개점했다. 개점 당시 내건 슬로건은 '지역물가 잡기'였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고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막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불공정관행이 내포돼 있어 이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른 유통업자와의 가격경쟁력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주문자와 생산자 간 특약에 따른 'PB(할인점 자체 제품개발) 상품'이 그대표적 예이다. 이런 조건에서 지역 상인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경제 전체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 유통업체나 소상인들에게 마치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공룡과도 같은 존재인 대형 유통업체들은 나름대로 유통체계를 선진화하는 등 긍정적인 축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금의 역외유출 등 지역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 실제로 이곳 마산ㆍ창원 뿐 아니라 부산, 울산 등에 진출한 대형유통업체들은 이 지역에서 벌어드린 수입의 거의 전액을 서울로 올려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을 생각한다면 대형 유통업체의 지방진출을 마냥 두고보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대형업체 위주의 유통구조 재편은 유통선진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추세이나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할 경우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지역상인의 몰락을 가져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울산시도 14일 대형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지방진출을 규제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지역상인과 재래상인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손님과의 정이나 안면에만 의지해 장사하는 때는 지났다는 것을 깨닫고 지역상인들끼리 공동조합을 결성해 공동물류, 공동판매 등 차별화한 선진적 마케팅 기법들을 배워야 할 것이다.
황철성
경남시사신문 편집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