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은 20여년 전 우리나라가 고도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중견직업인 양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교육을 실시해 왔다. 현재 전문대학의 겉모습은 매우 화려하다.올해 교육부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문대학수는 158개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입학생수도 약 30만명으로 4년제 일반대학 입학생수와 거의 맞먹는 규모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인기는 수도권의 몇몇 전문대학의 몇몇 학과가 독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전문대학은 최대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전문대학을 위기로 몰고 간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네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첫째 대학명칭자율화 정책을 들 수 있다. 명칭자율화를 통해 전문대학의 위상을 높이려고 했으나 오히려 많은 전문대학이 명칭에서 '전문'자를 없애고 일반대학 형태로 운영함으로써 전문대학 고유의 색깔을 잃고 말았다.
둘째 직업교육기관의 잘못된 확충정책이다. 교육의 시장경쟁 원리만을 강조하다보니 대학단계 직업교육기관이 무분별하게 늘어나 직업교육의 근본체제를 흔들고 있다.
즉, 교육부의 고등교육법에 따른 산업대학, 전문대학, 기술대학, 평생교육법에 따른 사내대학, 노동부의 기능대학 등이 유사한 또는 동일한 교육목적과 시스템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
셋째 정부의 잘못된 규제정책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교수확보율'이다. 교수확보율은 전문대학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전문대학에 첨단학과를 개설하는 마당에 교수확보율은 무의미하다.
첨단산업의 경우 전공교수를 모시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일선학교의 이러한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기계적으로 정책을 적용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넷째 잘못된 재정지원정책이다. 지방의 많은 전문대학들이 현재 입학생 부족으로 대학경영의 어려움을 심하게 겪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은 현저히 균형을 잃고있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은 학생규모가 비슷한 일반대학와 차이가 엄청나다.
실제로 금년도 교육부의 전문대학 재정지원 규모는 총 1,644억 원이나 일반대학에 대해서는 두뇌한국 21사업, 교육개혁지원사업, 학술연구지원사업 등 총 3,700억원이 지원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위기는 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빚어진 결과이므로 정책만 바로 잡아주면 충분히 기회로 역전시킬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위기에 처한 이 나라 전문대학을 구해낼 때이다.
백형찬_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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