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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 115세 英 장수할머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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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 115세 英 장수할머니의 죽음

입력
200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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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계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셨던 영국 할머니가 아쉽게도 115회 생신을 엿새 앞두고 그만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1885년에 태어나셨으니 무려 세 세기에 걸쳐 사신 분이다.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인간으로 확인되어 기네스북에 오른 분은 1997년 8월 4일 122년 164일의 생을 마감하고 숨진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수두룩하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위대한 학자, 시인, 화가, 정치인 등이 묻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화려한 시체들 틈에 토마스 파라는 농장 하인 출신의 주검이 누워 있다.

오로지 152세를 살았다는 그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다.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그의 말만 믿고 무덤터를 내준 웨스트민스터의 성급한 결정은 장수에 대한 인간의 꿈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우리는 과연 언제부터 늙기 시작하는 것일까? 책을 든 팔을 쭉 뻗어야 글자들이 좀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사십 줄에 들어서며 대개 늙는다는 걸 실감한다. 하지만 마라톤 선수들에게는 삼십이 고비다. 이십대의 기록을 유지할 수 있는 삼십대 마라톤 선수는 거의 없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재기를 노리는 이봉주 선수 앞에 버티고 있다.

노화란 중년에 찾아드는 서글픈 인생의 불청객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우린 사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직전인 십대 초반부터 이미 늙기 시작한다. 인간은 모두 사춘기가 끝나기 무섭게 갈 길을 서두르도록 진화한 동물이다.

젊은 시절 우리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보다 많은 복제자를 퍼뜨리려던 바로 그 유전자가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를 저승으로 떠밀기 시작한다. 노화란 보다 효과적인 번식을 위해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이 선택한 삶의 책략이다.

꿀벌 사회의 일벌과 여왕벌은 유전적으로 보면 별 다름 없이 똑같은 암컷으로 태어나지만 수명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일벌로 성장한 암컷들이 불과 몇 달밖에 살지 못하는 데 비해 여왕벌은 몇 년씩이나 산다.

보약이라 하여 흔히 로얄젤리들을 먹지만 사실 여왕벌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벌 생물학자들이 지금까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여왕벌은 그저 중요한 성장기에 더 많이 잘 먹을 뿐이다.

지난 수 백년 간 인류의 평균 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놀라울 정도로 개선된 공중위생 시설과 현대 의학의 발달 덕분이다. 그러나 그 옛날에도 115세까지 산 사람들이 있었고 오늘날에도 제일 장수하는 이들이 그저 115세 정도까지 살뿐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이지 절대수명이 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명 연장의 꿈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신하들을 고려 땅까지 보냈던 진시황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인간 유전체의 전모가 밝혀지면 2백살 3백살까지 살게 되리라는 기대감에 수명 연장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영원히 죽지 않거나 그저 오래 살기를 원하기보다는 백년을 살더라도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그냥 하루 아침에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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