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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칼럼] 비관적 전망을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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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칼럼] 비관적 전망을 두려워 말라

입력
200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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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추위는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이지만 국민들에겐 특히 올 겨울 맞기가 겁나고 을씨년스럽다. 주위를 둘러보면 IMF 시절이 따로 없다. 부실기업 퇴출로 실직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지하도나 역 대합실엔 노숙자가 다시 늘고 있다.무료급식소 앞의 줄도 길어지고 산동네는 물론 도심지 골목길에 연탄배달 풍경이 되살아났다. 용케 직장에 붙어있는 사람도 실직을 두려워하고 있고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은 아예 직장 구할 꿈을 접었다.

정부가 IMF를 벗어났다고 호언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지 국민은 기가 막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대내외 환경의 악화에서 비롯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잡히는 게 없어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대우사태, 현대사태, 금융위기 등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닌, 2년 넘게 끌어온 것들인데 제대로 수습된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하나같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고 갈 데까지 갔다. 국민들 듣기 좋아라고 습관적으로 근거 없는 낙관주의 발언을 일삼다 자초한 화(禍)다.

정부는 상황이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IMF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났다' '제2의 환란은 결코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이 끝나면 우리 경제는 안정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결코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등등의 낙관적인 발언을 쏟아냈고 국민들은 그런가 보다 믿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전문가나 경제연구소들의 경고와 우려의 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보통 시민이 보아도 위기가 닥치고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자는 결코 비관적 전망이나 경고를 입에 담지 않았다.

부실기업 퇴출, 대우자동차 부도, 현대건설 사태에서 비롯된 건설경기의 붕괴,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IMF 못지 않은 삭풍이 몰아치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자는 "부실기업 처리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4%대의 실업률이 6∼7%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며 내년에는 실업률을 3%대 후반으로 낮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한다.

대우자동차, 현대건설 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정부가 "내년 3월이면 악재들이 사라져 우리 경제가 재반등 할 수 있다"고 장담하니 누가 믿겠는가. 타성이 돼버린 현실회피적 낙관주의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가 이 겨울을 더욱 춥고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공포는 정작 위험한 상황 자체가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렉柰≥坪~ 상황에서 생겨난다. 앞이 내다보이면 그 길이 험하고 고달프더라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비할 수 있다. 불확실성과 불가측성이 불안을 부르고 혼란을 초래한다.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적인 발언은 국민들에게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못하게 했다. 위기 불감증에 걸리게 하고 엉뚱한 환상에 빠지게 했다. 국가경쟁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국민들을 이런 식으로 앞을 못 보게 해놓고 무슨 국가 경쟁력을 말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투명함이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제대로 알아야 내일에 대비할 수 있다. 미래가 장미 빛이 아니라도 좋다. 불행하고 위험한 상황이라 해도 국민에게 제대로 예고해주고 전망해주어야 국민 각자가 마음의 각오를 다지며 대비할 수 있다. 아무리 미래가 암울해 보여도 앞이 보이고 예측이 가능하면 얼마든지 대비하고 극복할 수 있다.

근거없는 낙관적인 발언 대신 '상황이 매우 나쁘다' '언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지 모른다' '2~3년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라고 확실하게 말하라. 그래야 정부와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국민적 공감대보다 더 좋은 국가 경쟁력은 없다.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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