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에 가졌던 꿈을 지키며 살아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하고 자기희생이 필요한 꿈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작은 문화 공동체 다솔'을 운영하고 있는 서덕진(徐德進ㆍ30)씨는 행복한 사람이다.서씨는 지난달 서울 성북구 장위동74번지의 한 건물 지하실에 공간을 만들어 다솔을 열었다. 형편이 어려운 이 곳 주민들에게 문화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이 곳은 네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주민들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이자 오전에는 아주머니들에게 수지침이나 노래를 가르치는 교실이고, 오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공부방 겸 놀이방이다.
저녁 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을 위한 만남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서씨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곧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1990년 고려대 행정학과에 입학하자 마자 '성북 나눔의 집'에서 공부방 교사를 시작했고 93년부터는 정릉에 '다솔 공부방'을 마련해 올 8월까지 운영했다.
그 와중에 체계적 운영의 필요를 느껴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까지 다녔던 그는 97년 빈민들을 위한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개량한복을 생산하기도 했다. 서씨는 "빈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경제위기 때문에 2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다솔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오후에는 보습학원 강사 일을 한다. 한달에 120만원 정도의 운영비가 필요한데 지인들이 모아주는 후원회비로만은 부족해서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반대해 오던 부모님께서 이제는 이해해 주시고 또 후원까지 해주셔서 마음이 편합니다."
현재 3,000권의 책을 갖추고 있지만 아동도서나 소설이 많이 부족하다는 서씨는 "집에 안보는 소설책이나 아이가 자라 소용없어진 아동도서가 있으면 기증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