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강도 높은 사정에 나선다고 한다. 고위 공직자 비리의혹이 거듭 불거지면서 정부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다.민심을 흐트리는 숱한 의혹과 무성한 설(說)을 모두 근거 없는 헛소문이나 정치공세로 치부하던 자세에서 벗어난 것이 우선 다행스럽다.
그러나 정부가 사정을 외치면 잠시 얼어붙어 복지부동하다가 이내 원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공직사회다.
사정 칼날이 조무래기들을 베느라 무뎌지는 사이, 한층 굵직한 비리의혹이 불거져 국민의 냉소와 자조(自嘲)를 부른 경우도 되풀이 경험했다. 이런 악순환은 부패한 권위주의 정부들 보다, 사정을 국시(國是) 인양 내세운 문민정부에서 오히려 두드러졌다.
이 정부는 지난 정권의 실패와 경제위기를 감안한 듯 요란한 공직사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잇단 공직 추문에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신뢰와 도덕성의 위기를 초래했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절실한 것은 위기의 근본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정기관의 기강확립은 물론, 중ㆍ하위 공직자 비리척결 등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거창한 '사회기강 확립'을 언급하면서 당정의 핵심에 대한 단호한 사정은 다짐조차 않는 것은 어이 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신뢰성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회의 드넓은 아랫물이 흐린 때문이 아니다. 국민은 그 탁한 물에 익숙하지만, 윗물이 흐린 데는 분노한다. 그게 거스를 수 없는 민심이자, 정치의 당연한 이치다. 윗물부터 깨끗이 하는 결벽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청소부가 수 억원을 챙긴 사건은 코미디가 아니다. 정부가 중심에 선 비극의 한 장면이다. 또 그는 엑스트라일 뿐, 주연은 국정 핵심에서 연고와 정실(情實)을 끈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서로 비호한 인물들이다.
지난 날의 고난으로, 이기적 비리와 국정혼란 책임을 덮을 때는 지났다. 이미 불거진 비리의혹부터 철저히 밝혀야, 뒤늦은 사정작업도 공감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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