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인민군대에 대한 노동당 지도를 관철하기 위해 일반군관이 아닌 정치군관들을 두고 있다. 정치군관들은 인민군 사병과 장교들의 사상지도, 부대내 당조직 운영 등을 책임지는 실세그룹이다.중대(통상 중위)와 대대(대위)에는 정치지도원이, 연대(상좌)와 사단(대좌 또는 소장)에는 정치위원들이 배치돼 당의 지침을 부대운영에 반영하고 모든 정치군관들은 인민군 총정치국의 지휘를 받는다.
군부대를 군사적으로 지휘하게 될 일반 군관들은 행정군관학교를 졸업해야 하지만 정치군관들은 정치군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북한내 유일한 정치군관학교인 김일성정치대학은 사병중에서 선발되는 중등반(2년제), 기존 정치군관과 대학출신자로 선발되는 대학반(3년제)으로 운영되며, 일반사회에서 노동당 고급 일꾼들을 양성하는 김일성고급당학교와 동렬로 인정된다.
나는 1969년 남포시 교원대학 재학중 사병으로 입대, 70년 김일성정치대학의 전신인 김책정치군관학교에 입학하면서 정치군관이 됐다.
미 정찰함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이후 신설된 평양고사포부대에서 후보당원신분으로 근무하면서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부대 위장(僞裝) 사업을 모범적으로 벌인 것이 입학 배경이다.
70년부터 2년간 동기생 300명과 조선노동당 역사, 김일성주석 혁명사등을 2년간 배웠다참고로 군관학교의 경우 병종에 상관없이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육ㆍ해ㆍ공군 군관후보가 모두 함께 배우며, 정치군관 임용후에도 육군에서 해군등으로 병종을 바꿀 수 있다.
졸업후 소위로 임명돼 근무하던 평양 고사포사령부로 복귀해 중대 정치군관 생활을 시작, 1998년 중좌(중령)로 예편할 때까지 이 부대 정치군관으로 일했다.
정치군관이 되자 사병들은 계급이 높은 중대장(대위) 보다 나를 더 많이 따랐다. 북한 사병들의 가장 큰 군 입대 동기는 노동당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당 가입여부를 결정하게 될 정치군관에게 더 복종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부대장과 정치군관의 갈등이 만연했고 얼마후 노동당 가입 자격 심사에는 부대장의 의견도 반영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정치군관도 다 같은 정치군관이 아니다. 연대급 이상의 정치부(정치군관부서)의 조직지도부(당조직운영 및 인사담당)에 들어가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조직지도부는 단위 부대 장교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한편 내가 근무하던 부대는 평양에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근무 정치군관들이 든든한 '배경'을 동원해 평양으로 입성하는 사례를 셀 수없이 목격해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심신복(沈信福)
1950년 평남 평원에서 출생한 심씨는 남포 수산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남포 교원대학에서 수학중인 69년 입대한후 98년까지 인민군에서 근무했다. 복무기간중 대부분인 28년(70년~98년)을 정치군관으로 지냈다.
97년 우연히 성경을 입수한뒤 기독교에 심취했고, 예편직후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98년 12월 남한에 도착한 그는 올해 장로회신학대 대학원에 입학, 목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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