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산농장을 한국토지공사에 위탁 매각하는 쪽으로 처리방향을 잡았다. 현대는 지난주 말(11일) 토공에 대표이사 명의로 공문을 보내 서산농장 3,122만평 전체에 대해 위탁매각을 요청했으며, 토공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위탁매각 방식과 조건 등을 논의했다.그동안 일반인에게 직접 매각을 추진해 오던 현대건설이 갑자기 토공을 끌어 들인 것은 자금 조달이 그만큼 다급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는 토공에 매각을 위탁하면 토공은 주택은행에서 서산농장 공시지가(3,600억원)의 75% 수준인 2,700억원 정도를 빌려 현대에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것이 이번 위탁 매매의 내용이다.
현대가 지금까지 서산농장 가격을 최소 6,500억~7,000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해 온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돈이지만, 현대로선 당장 급한 자금을 이런 식으로라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물론 실제 매각대금은 추후 현대와 토공이 매각금액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 보다 더 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 현대의 희망대로 위탁매각을 통해 급한 돈을 조달할 수 있을 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토공은 서산농장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주택은행이 스스로 서산농장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 주겠다는 특약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주택은행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토공이 민간업체의 땅을 위탁 매각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토지공사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토지를 위탁 매매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를 근거로 민간인의 땅을 위탁 매매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정부가 현대를 살리기 위해 토공을 동원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토공이 현대와 북한 개성공단 조성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용채(金鎔采) 토공 사장은 13일 현대 관계자들과 함께 개성공단 부지 답사를 위해 방북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서산농장은…총3,122만평 여의도30배
서산농장은 A, B 지구를 합해 모두 3,122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30배다.
현대는 1970년대 말 중동 건설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건설인력과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간척사업에 뛰어들어 79년 정부로부터 A, B 지구 매립 허가를 받았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해 방조제 공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지만,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초대형 폐유조선으로 물살을 막는 아이디어를 내 공기를 45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고 공사비도 280억원 절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본격적인 농사는 86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 32만가마의 쌀을 수확했다. 그러나 염분농도가 높고 토질이 사력질이어서 평균 생산량은 일반 농가의 절반 수준인 마지기당 2가마 정도다. 현재 1,300여 마리의 소도 사육하고 있다.
정 전 명예회장은 얼마 전까지도 한 달에 한두 차례 농장에 들러 농작물 작황과 소 사육상태를 점검할 정도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자서전에서 '손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돌밭을 일궈가며 고생했던 아버님의 인생에 꼭 바치고 싶었던 이 아들의 때늦은 선물'이라고 적을 정도였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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