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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 가능성에 승부를 건 '닥터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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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 가능성에 승부를 건 '닥터 파워'

입력
200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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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차일드 코리아 반도체(주)의 김덕중(48) 사장은 업계에서 '파워 박사'로 불린다.1990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삼성전자에 입사, TV에 응용되는 전력용 파워 반도체 개발을 맡으면서 반도체의 역사로 불리는 강진구 삼성전기 회장이 직접 붙인 별칭이다.

김사장의 인생철학은 한마디로 '1등주의'로 요약된다. 그는 자신의 특장점을 살려 10년만 투자한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남들이 모두 메모리반도체에 뒤어들 때 비메모리 부문을 선택했다.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나에게 맞다"라고 말하는 그는 결국 10년의 투자로 전력용 비메모리의 간판인 페어차일드 코리아의 최고경영인(CEO)자리에 올랐다.

이 같은 김사장의 자질을 알아본 미 페어차일드사는 1999년 4월 삼성전자 전력용 반도체부문 부천공장을 4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삼성측에 김사장의 영입을 부대조건으로 내걸었다.

외국기업이 국내업체를 인수할 경우 본사 간부를 현지 CEO로 파견하는게 관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였다.

페어차일드 CFO인 조 마틴은 인수 직전 김사장을 만나본 뒤 "페어차일드 코리아를 이끌기엔 세계에서 김 사장만한 인재가 없다"고 본사에 강력히 추천했다.

결국 인수 1년 반만에 페어차일드 코리아의 매출은 30% 급성장, 5억 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미 페어차일드사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고 국내 진출 반도체 생산업체 가운데 인텔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페어차일드 코리아는 이달 초 산업자원부로부터 수출확대와 외자유치, 기술개발 등 국가경제 공헌도를 인정받아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파워 반도체는 TV를 켰을때 스위치 부분을 통해 단기간에 강한전력을 무리없이 공급해 주는 핵심 부품. 모터를 돌려 가동하는 냉장고 세탁기 이동전화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파워반도체의 영역은 확장 일로다.

김사장은 "남들은 지난 1년여의 기간을 페어차일드 기업문화와 조직체계에 적응하는 워밍업 기간처럼 볼 주 모르지만 실제로는 심장을 이식하는 대수술의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부천공장을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페어차일드의 판매망 조직과 일일이 연결하는 접합작업은 그의 표현대로 "머리가 다 빠질 정도"의 대수술 이었다.

그 결과, 제품 수요는 급증했고 마침내 본사는 부천공장에 4번째 신규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재투자가 불가피할 정도였다.

페어차일드 코리아의 신규 생산라인 준공식을 위해 지난 주 방한한 커크 폰드 회장은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를 고려, 2년간 부천공장에 1억 5,000만달러의 재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사장은 "최근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에 대한 우려감이 높다"며 "향후 성장성을 고려할 때 국내업체들도 비메모리에 대한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대학땐 기타리스트 꿈꿔"

●자신의 성격을 요약하면

"낙천적이다. 일을 하려면 화끈하게 하고 아니면 손도 안댄다는 것이 신조다."

●주량과 술자리 분위기는

"폰탄주 4잔 정도다.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 않는게 흠이라면 흠이고, 밴드의 기타까지 뺏는 열성 엔터테이너다."

●건강관리는

"주 한차례 골프 연습장에 간다. 핸디는 싱글이다. 정신건강에는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역시 무언가 패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다. 골프연습장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공 1박스 정도를 먼저 팬다."

●친한 사람을 꼽는다면

"서울 중동고와 서울대 공대 출신 선후배들이다. 특히 대학동기이며 미국유학시절을 함께 보냈고 업계에서 오래 부대껴온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과 절친한 관계다.

업계에선 현대전자 허협, 송문섭, 정진용씨등이 있고 동문인 원혜영 부천시장과도 친하다."

●'외도'의 꿈을 꿔봤나

"서울대 공대(70학번) 입학 후 클래식 기타 서클인 '화현회'에서 활동해 바하와 파가니니 곡까지 연주할 정도다. 한때 스페인으로 유학, 기타로 대성하겠다는 꿈도 가졌었다."

■비즈 인 코리아 / '一石五鳥'의 효과

최근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일본의 우승을 지켜본 사람들은 일본축구가 아시아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축구의 도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꿈나무들의 조기 유학과 외구의 유능한 지도자 영입등 세계확에 일찍 눈뜬 결과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고 박세리, 김미현 선수가 미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도 일찌감치 세계무대로 진출, 일류 선수들과 경쟁하고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실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치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국내에 투자한 수많은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통해서 그들의 투명한 경영과 기술을 배우고 낙후된 우리의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외국인 투자는 평소 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하는 바와 같이 일석오조의 효과가 있다. 우선 외국인 직접투자는 안정적 외환유입의 통로 역할을 한다.

또 고용 증대, 세수 확대, 선진 경영기업과 기술의 도입, 경쟁 촉진 등의 경제적 효과를 미친다.

벨기에 인터브루사가 도산위기에 있던 OB맥주를 인수한 후 거래선의 어음결제 관행으로 인한 자금회전의 지연, 계열사간 특혜성 거래로 인한 비용 낭비등 잘못된 관행을 혁파, 경영효율을 개선시킨 것은 대표적인 예다.

물적, 인적교류를 통한 기술습득도 기업경쟁력 향상에 도움이되다. 그동안의 대일무역적자 해소 노력이 별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일본의 부품, 소재기업의 투자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뒤늦게 나마 다행한 일이다. 외국인투자는 또한 우리 기업들에게 외국기업들의 경영기법, 마케팅 서비스 등을 모방토록하는 전시효과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책임경영, 수익성 중시경영등 경영체질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제 외국기업은 이질적 투자자가 아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히려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또 배워야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 기업이 안고 잇는 문제해결의 답이 뚜렷해진다. '투명하고 열린 경영'을 통한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의 정착이다.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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