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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네는 잘해야 4 ~ 5급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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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네는 잘해야 4 ~ 5급일세"

입력
200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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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3월 국제컴바둑대회 한국개최"프로기사를 꺾는 바둑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15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

1987년 대만의 잉창치(應昌期) 바둑교육기금회가 내건 현상금은 10년이 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산(神算)' 이창호를 능가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어쩌면 뉴밀레니엄에도 불가능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바둑은 오묘하면서도 난해한 게임이다. 가로ㆍ세로 19로(路)의 유한에서 무한의 수가 나오는 고차원의 과학이자, 수수께끼다.

한국 주최 국제컴퓨터바둑대회

현존 바둑 소프트웨어의 수준을 가늠해보는 컴퓨터 바둑대회가 한국에선 처음으로 열린다.

서울대 공대와 벤처기업 ㈜가로수닷컴이 공동주최하는 '제1회 서울대 공대ㆍ가로수닷컴배 국제컴퓨터바둑대회'(2001년 3월 2~3일). 이 대회는 현재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개발 중인 연구용 바둑 소프트웨어 외에도 이미 완제품 형태로 시장에 나온 상업용 프로그램에도 출전 자격을 부여하므로 명실상부 '최강 바둑 소프트웨어'를 가리는 장이 될 전망이다.

접수마감(2001년 1월 31일)이 두 달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참가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바둑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해 온 미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지의 대학 연구소나 개인 등 20여개 팀이 인터넷을 통해 참여의사를 알려왔다.

기존 상업용 프로그램 중에는 현재 5급 정도의 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국의 '천하수담(영어명 Handtalk)'과 98년과 99년 '일본 포스트배 바둑소프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북한의 '은별'이 출전 의사를 밝혔다.

해마다 제품의 결점을 보완, 급수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온 두 프로그램이 현재로선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대회는 컴퓨터를 직렬 통신으로 연결, 프로그램끼리 대국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진은 조별 리그(예선)와 풀리그(결선) 형식. 덤은 현행 바둑 룰에 따라 6집반으로 했다. 제한시간은 각 50분. 초읽기는 컴퓨터 바둑에선 무의미하기 때문에 제한시간을 다 사용한 뒤 5분이 경과하면 2집을 공제하며, 총 80분 경과시 실격패를 선언하는 것이 특징이다. 참가 신청은 서울대 공대(baduk.snu.ac.kr)와 가로수닷컴(ebaduk.co.kr)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가로수닷컴 관계자는 "유사 이래 바둑은 똑같은 기보가 없었을 만큼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두뇌 게임"이라며 "바둑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그 자체로 컴퓨터 인공지능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의 기력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97년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는 1초에 2억 가지 행마를 검색하는 계산력, 피로를 느끼지 않는 체력으로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꺾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수준으로 바둑에 도전장을 내밀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

체스는 칸수가 64개이고 말 놀리는 법이 정해져 있어 컴퓨터로 연산하기에 적합하지만 361개의 점 위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돌을 놓는 바둑은 사실상 유형화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초의 흑은 반상 361개의 점 중 어디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다음 백은 나머지 360점 중 어느 곳에서도 응수할 수 있다. 초당 2억 개의 행마를 탐색하는 딥 블루도 산술적으로 바둑에서 돌 하나가 가져오는 모든 가능성을 다 계산하는 데 아마도 수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체스에서는 한 개의 말만 잃어도 대세가 결정될 수 있지만 바둑에서는 한 지역의 싸움에서 많은 돌이 잡힌다 해도 승패는 나머지 돌이 다 놓여봐야 알 수 있다.

'천하수담'이나 '은별' 같은 유명 소프트웨어가 4~5급 기력(개발 업체의 주장)에 도달했다고는 하지만 가끔씩 18급도 범하지 않을 엉뚱한 실수를 하는 것은 바둑의 유형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컴퓨터 전문가는 "인간의 두뇌 구조와 똑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는 한 컴퓨터가 사람을 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당분간 바둑 소프트웨어의 기력은 5급 안팎에서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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