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ㆍ이경자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검찰이 김영재(金暎宰) 부원장보의 결정적인 혐의 입증에 사실상 실패함으로써 수사의 신뢰성이 크게 실추될 위기에 놓였다.특히 김씨를 통해 금감원 수뇌부에 대한 로비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려던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향후 수사가 상당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빛은행ㆍ신용보증기금 사건, 총선사범 편파수사 시비와 검찰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옷로비사건 무죄 등과 맞물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ㆍ李德善부장검사)는 11일 옛 아세아종금의 증권사 전환 등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4,95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씨를 구속, 수감했다.
그러나 김씨의 범죄혐의 중 '핵심'인 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등 로비 의혹과 관련된 혐의사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김씨 구속영장에 김씨가 ▦올 1월 대신금고 불법대출에 대한 징계완화 명목으로 주식 3만주(최고가 6억원)를 받았고 ▦2월에는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대한 고발 무마 명목으로 현금 5억원을 각각 받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동방금고 유조웅(柳照雄ㆍ미국 도피중)사장과 신양팩토링 오기준(吳基俊ㆍ괌 도피중) 사장으로부터 주식 및 현금전달 사실을 들었다는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ㆍ56)부회장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 믿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객관적 증거없이 관련자의 일부 진술만으로 영장을 청구한다는 자체가 수사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것", "특히 동방 사건과는 별개의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사실상 별건구속"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의혹 규명의 핵심인 유조웅, 오기준, 장래찬(張來燦?사망) 전 금감원 국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 '난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다른 관련자 진술과 정황이 일부 확보된 만큼 14일께 정현준(鄭炫埈ㆍ32)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이경자씨 등을 먼저 구속기소한 뒤, 향후 충분한 보강조사를 거쳐 김씨를 추가기소할 것"이라며 여전히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장 전국장의 부하직원으로부터 '장씨가 올 초 메모를 보여주면서 '김 부원장보가 대신금고건으로 부탁을 해와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해외로 도피한 유조웅, 오기준씨의 신병확보가 급선무라고 보고 금명간 법무부를 통해 미국에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기로 했다.
또 BW 발행과 신용금고 업무를 감독하는 금감원 공시조사실 및 비은행검사국, 그리고 징계수위를 결정하는 심의제재위 고위간부들도 이번 주중 본격적으로 소환, 금감원 로비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막바지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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