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을 빛낼 수 있는 문화의 하나가 태권도이다. 이름없는 많은 사범들이 오직 꿈 하나 안고 세계로, 세계로 진출한 끝에 최근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태권도가 당당히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태권도의 양적 발전이 눈부신 것에 반해 질적인 발전은 미흡한 면이 있고 특히 근대 무도 스포츠로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과 무(武) 정신의 생활화라는 차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몇 년전 일본서 태권도를 지도할 때의 일이다. 당시 수련생들은 국기원을 신비감과 경이심으로 바라보면서 일종의 성지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국기원을 방문하고는 크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보여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련생들은 육군 대표팀의 수련장면을 보고 그 발차기의 신기(神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 늦게나마 태권도공원이 세워진다니 반갑기 한이 없다. 이 기회에 문화와 관광을 만족시키는 장소로서뿐 아니라 지금은 소멸된 무의 민족정신의 성지로서 전세계 태권도인, 나아가 전세계인이 평생 꼭 한번 다녀가고 싶은 태권도 정신 철학의 요람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원 입지 선정에서부터 개인적 로비나 정치적 개입, 압력 등에서 벗어나야 하며 앞으로 1,000년 후 아니 더 먼 훗날을 내다보는 거시적, 거국적 안목으로 착공해야 할 것이다.
택견을 정립한 중요무형문화재 신한승씨는 별세하기 수 년전 내게 "한국문화의 뿌리를 밝히는 것은 태권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기왕이면 그 공원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다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런 국가적, 사회적 보장 없이 태권도에 청운의 꿈을 안고 세계로 나가 지구촌 곳곳에서 가르치고 있는 태권도 사범들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있다.
무언의 애국을 행하고 있는 사범들이다. 혹시 태권도공원에 '태권도 사범을 위한 전당'이라도 하나 세워주고 우리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다면 조국에 대한 명예와 충용을 그곳에 남기고 싶다. 또 우리 국민에게도 태권도공원의 착공을 계기로 태권도를 더욱 사랑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럴 때 우리 태권도 사범들은 한층 결속해 민간 외교관으로 세계 속에서 그 역할을 더 충실히 할 것을 약속한다.
태권도공원선정위원회는 태권도공원의 의미와 우리 태권도인의 이런 깊은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공원을 선정, 건설해주길 바란다.
범기철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톤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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