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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초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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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초현실주의

입력
200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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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11월 13일 0시, 파리 보나파르트 거리 13번지 피에르 룁 갤러리에서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첫번째 그룹전이 열렸다.출품 작가들은 스페인의 호안 미로, 독일의 파울 클레, 미국의 맨 레이,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키리코, 프랑스의 앙드레 마송과 피에르 루아, 독일에서 프랑스로 국적을 바꾼 막스 에른스트,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국적을 바꾼 파블로 피카소 등이었다.

초현실주의는 국적만 넘나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술의 역사에서 미술과 문학이 행복하게 결합한 첫번째 예였다.

이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을 함께 쓴 사람이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과 로베르 데스노스였다.

시인 아폴리네르가 명명한 '초현실주의'는 흔히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예술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그 '초현실'은 일차적으로 이성의 지배에서 벗어난 세계, 비현실의 공간이다.

브르통은 그 전 해에 쓴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초현실주의'를 "말로서든, 글로서든, 다른 방법으로서든, 모든 심미적 도덕적 고려 바깥에서 마음의 현실적 기능작용을 표현하려고 하는 심리적 자동기술(自動記述)"이라고 정의했다.

말하자면 초현실주의는 예술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무의식의 영역에 눈길을 주었다.

그러나 초현실주의는 또 랭보와 마르크스의 강한 자장(磁場) 안에서 최고의 현실성을 추구했다. 그것은 '부르주아'라는 말의 대립어로서 '예술가'를 내세움으로써 강한 혁명적 지향을 보였다.

"삶을 바꾸어야 한다"는 랭보의 테마와 "세계를 개조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테마를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야심을 지녔던 것이 초현실주의 운동이었다.

그것은 사랑과 자유와 예술을 동시에 밀고 나가려던 운동이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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