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주민 못 살리면 동강은 피강 된다''동강주민 죽은 뒤에 동강보존 의미 없다' 강원도 동강유역 주민들이 들고 올라온 피켓 내용이 섬뜩하다. 아무리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외쳐도 메아리가 없자, 동강 주민 400여명이 시위차 상경했다.8일 종묘 앞 공원에서 시위를 한 주민들은 그날 밤부터 명동성당에 텐트를 치고 거적잠에 컵 라면으로 식사를 때우며 생계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절박한 절규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많지 않아 주민들은 원정데모를 후회하고 있다.
■지난 6월 동강 댐 백지화 발표에 이어 10월 건설예정지 고시가 해제됐을 때, 우리는 천혜의 자연경관이 수몰을 면하게 됐다고 좋아했다. 반대운동을 전개해 온 환경단체들이 환경문화대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도 박수를 쳤다.
이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어 비오리 가족과 쉬리 떼가 마음 놓고 헤엄치는 비경이 언제나 그 곳에 있게 된 것만을 반가워 했다. 동강 사람들이 서러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비오리도 쉬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절박한 생존문제도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영월 정선 평창 등 동강유역 주민 500여 가구는 지금 150억원 가까운 빚을 안고 있다.산자락에 몇 뙈기 씩 밭을 일궈 대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들의 고난은 91년 동강댐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저리 농자금 등 일절 영농지원이 끊겨버린 것이다.
이자가 비싼 일반자금을 쓰면서부터 빚이 늘기 시작했고, 보상금을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앞 다투어 빚을 내 밭에 유실수를 심었다. 부재 지주들 땅에 까지 농작물 대신 과수 묘목이 빽빽이 들어섰으니 수입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댐 공사가 시작되면 보상금을 받아 대물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 언제부턴가 환경운동가와 기자들이 들락거리면서 반대운동이 시작되더니, 곧 백지화 결정이 났다. 주민들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천금 같은 세월을 허송한 피해를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을 택한 다섯 주민의 유가족은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애타게 묻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세태가 더 야속하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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