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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빛과 그늘] 신념지킨 브르노 타협택한 갈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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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빛과 그늘] 신념지킨 브르노 타협택한 갈릴레이

입력
200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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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히는 세계사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교회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다 죽은 부르노와 교회와 타협하고 목숨을 지킨 갈릴레이."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과학자다.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 역시 꽤 알려진 인물이다.갈릴레이보다 조금 앞서 살았던 브루노는 한때 파도바대학 수학교수 자리에 응모했으나 채용되지 못한 채 방황하다 이단자로 몰려 1600년 로마에서 화형당한 신학자이며 과학자다.

그는 우주는 무한하고, 무한한 우주 안에 지구와 비슷한 천체가 또 있을 수 있으며, 그렇다면 당연히 지구상의 인간 비슷한 지적 존재가 저쪽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황은 그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오직 이 땅 위에만 존재할 수 있는 인간이거늘 어찌 감히 다른 곳에도 비슷한 영적 존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갈릴레이는 바로 브루노가 놓친 파도바대학 수학교수 자리에 채용된 인물이다. 그는 1632년 '두가지 세계상에 관한 대화'(또는 '천문대화')를 써서 슬그머니 지동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듬해 그는 교황청에 불려가 재판받고 고문당할 수 있다는 협박 앞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풀려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린 것으로 유명하다.

권력에 대한 그의 저항은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평가의 대표적인 경우가 동독의 유명한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가 쓴 희곡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나치를 피해 미국에 망명했다 동독으로 돌아간 브레히트는 처지에 따라 몇 차례 내용을 바꿨지만.

브루노는 고집만 굽혔다면 화형을 피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단적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그는 "내 주장 어디가 이단(異端)인지 알 수 없다"고 고집했다.

이에 비하면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슬그머니 철회하고 뒤에서야 "그래도."를 되뇌었다니 브루노에 비하면 좀 비겁해 보이는 걸까? 그렇게 보면 "신념을 지키다 죽은 부르노와 교회와 타협하고 목숨을 지킨 갈릴레이"라는 요즘 세계사 책의 평가도 옳다. 그래서 역사는 자꾸 새로 쓰여지고, 모든 역사는 오늘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오늘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 법이다.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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