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이다. 장애인시설에서 실습을 하면서 그 곳에서 일하는 생활보조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급여가 적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24시간 근무로 인해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내가 앞으로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이유가 뭔지, 개선책은 없는지 궁금하다.문혜진ㆍperra52@hanmail.net
교대 못해 24시간 격무
장애인 생활보조원이란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로 장애인ㆍ아동복지시설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 중에서 선발돼 시설에 배치된 사람을 말한다. 2000년 11월 현재 전국 194개 시설에 2,858명의 생활보조원이 배치돼 있다.
근무 실태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주몽재활원에서 5년째 장애인 생활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춘희(金春姬ㆍ29)씨는 25명의 성인 장애인을 맡고 있다. 장애인의 식사와 대소변을 챙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 재활훈련과 재활치료를 돕는데 교대근무도 불가능해 24시간을 여기에만 매달려야 한다.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생활복지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이 일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는 "우리가 늘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재활ㆍ직업교육 등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생활보조원의 2교대근무는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기준도 법에 어긋나
법과는 다른 근무조건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는 10명당 1명, 아동 및 정신지체ㆍ발달장애인은 5명당 1명, 시각장애인은 4명당 1명, 중증장애인 및 장애영유아의 경우는 3명당 1명의 생활보조원을 둬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2000년 장애인생활시설 직원수 지원기준'에서는 중증ㆍ영아장애인은 4.7명당 1명, 아동장애인 8명당 1명, 정신ㆍ시각장애인 10명당 1인의 생활보조원을 지원한다고 나와 있어 정부부터 법을 위반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원기준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지원기준에 따르더라도 장애인 110명이 생활하는 주몽재활원은 생활보조원 22명을 배치해야 하는데 15명만 배치해서 김춘희씨가 장애가 심각하지 않은 장애인 25명을 맡아야 했다. 한국아동시설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는 지원기준의 59%정도의 인원만이 배치돼 있다.
법률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김종민(金鍾旼) 기획실장은 "장애인 10명당 1명의 생활보조원이 필요하다면 실제로는 2~3명을 배치해야 2~3교대근무가 가능하다"며 "그나마 법률조차 안 지키니 격무는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휴일조차 없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서 올 4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19.4시간이다.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그렇다고 시간외 근무수당이 있거나 급여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들의 급여는 4년차 연봉이 약1,151만원으로 같은 급의 일반직 공무원이 받는 1,670만원이나, 비슷한 일을 하는 특수학교 교원이 받는 2,000만원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를 전공한 학생들이 대부분 특수학교로만 몰리고 있고, 뜻을 가지고 장애인시설이나 아동시설로 오더라도 얼마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장애인시설 생활보조원의 근무연수는 1년미만이 전체의 32.5%, 1~3년이 31.2%를 차지한다.(한국장애인시설연합회 조사)
2교대위한 예산확보 시급
해결책 결국 예산문제로 귀결된다. 보건복지부는 5년 전 2교대근무제를 약속하고 매년 예산편성을 요구했으나, 번번히 예산부처에서 기각돼 버렸다. 국회 보건복지위 심재철(沈在哲ㆍ한나라당)의원은 "이번에는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아동복지시설연합회 김득린(金得隣) 회장은 "2교대근무제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220억원 정도"라며 "장애인복지에 이 정도의 예산증액도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의료계나 노동계처럼 행동을 안해서 그러는 거냐"고 반문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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