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호공단 드넓은 50만평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르노-삼성차 공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지난 10일 SM5를 하루 130~150대씩 조립하는 르노-삼성차 생산 라인.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컨베이어 벨트 위 엔진들이 척척 차체 내부로 부착되고, 각종 부품을 옮기는 근로자들의 움직임도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라인 옆에서 2명씩 조를 짜 볼트, 너트를 끼워 맞추고 있는 기술 훈련생들도 2주일만 지나면 새로 라인에 투입된다는 기대감에 손놀림이 빠르고,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일손이 부족해 지난달 새로 뽑은 새내기들이다.
조립1과 이윤석(41) 과장은 "삼성코닝에 입사한 후 13년만인 1996년 삼성자동차 창업멤버로 차출돼 고향 부산으로 발령을 받았다가 삼성차 퇴출로 1년도 안돼 서울에 올라가 항의시위를 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이제는 모두가 한 번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차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은 것은 프랑스 르노가 우여곡절끝에 삼성차를 인수해 지난 9월 1일 르노-삼성차(RSM)란 새법인을 출범시키면서부터.
르노가 인수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그동안 2년 넘게 멈춰있던 공장은 다시 거대한 벨트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차 퇴출 후 일터를 떠났던 근로자와 연구인력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먼지 쌓인 채 공터에 방치됐던 지게차도 굉음을 내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는 출고된 신차들이 고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 늘어서 있다. 수출도 재개됐다. 중동 요르단으로 수출되는 차량들을 실어나르는 대형 수송차량들이 마산항으로 향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올 2월 942대에 그쳤던 SM5 판매량도 5월 2,000대를 돌파했으며, 르노-삼성 이 출범한 9월이후엔 고객들의 신뢰도 회복으로 3,241대로 높아졌다.
생산량도 1월 803대에서 9월 3,551대로 상승했다. 요즘 하루 평균 130~150대를 생산해내는 셈. 이로인해 연초 20%에도 못 미쳤던 가동률도 9월이후 98%로 정상화하고 있다.
홍보팀 김승환(37) 과장은 "올해 분 택시물량은 이미 바닥났다" 며 "법정관리기간 동안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해 불안해하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부산공장 현지 르포
르노-삼성차를 이끌고 있는 제롬 스톨사장은 "르노-삼성차는 삼성차의 설비와 근로자를 그대로 넘겨받은 한국 기업"이라며 "2002년까지 현재 생산중인 SM5 를 연간 12만대 생산하고, 2003년부터는 중소형차 3~4개 차종을 추가로 투입해 24만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차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밝게 보고 있다. 스톨사장은 "르노의 경영권 인수로 안정된 일감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삼성차를 아시아 시장확대를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의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법정관리 기간에 회사를 떠났던 고급인력들의 자리를 메우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동률이 98%에 달했다고 하지만 생산량이 국제통화기금 전의 수준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현대차,기아차 등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업망과 구비용 저수익구조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의 재가동으로 신발·섬유산업 사양화에 이은 국제통화기금체제 후 삼성차 퇴출로 불황과 쇠락의 연쇄에 허덕이던 부산경제가 회생의 실마리를 얻은 것만은 사실이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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