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살아나도 마땅한 꾀를 내지 못한 채 혀만 찰 일이다. 국론 분열, 흑백 갈등, 신뢰성 추락 등 정치적 위기 상황이 미국을 덮치면서 세계의 금융ㆍ상품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17일께면 사태전개의 윤곽이 잡히겠지만 새 대통령의 치명적 지도력 손상을 우려한 시장은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결과가 나오지않는 상황이 더욱 나쁘다"는 격언이 재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현대문제의 전개양상이 거의 엽기적 수준이다. '불우이웃 돕기'식의 해법에 호소하는 듯한 현대측의 태도나, 칼을 빼들긴 했으나 어디를 쳐야할 지 몰라 허둥대는 정부ㆍ채권단의 곡예, 오너가 나서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현대차 등 혈족기업의 황제적 잔재 등에 시장 참여자들은 완전히 지쳤다.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않는 이 같은 구태로 시장은 방향성을 잃었다. 질이 나쁜 시장에 돈이 몰릴 것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동아건설, 대우차의 부도처리 후유증이 본격화할 한 주일이다. 노동계는 대대적 동투(冬鬪)전선에 나섰고 가계는 소비심리 위축, 기업은 현금흐름 차질로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등 핵심수출품목의 내년 전망도 여전히 어둡다.
국제유가가 내년 봄부터 20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국제전문기관들의 예측정도만 굿 뉴스다.
하지만 위기를 빨리 느낄수록 기회도 빨리 찾아오는 법. 토끼를 잡으려고 온산을 뒤지는 우를 범하지말고 길목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풀지못하고 견디지못할 일은 없다.
미국 시스템도 세계의 비웃음을 사는 판이니,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다.
이유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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