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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권한이 집중되면 결국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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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권한이 집중되면 결국 썩는다

입력
200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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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기관부터 사정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찰럭娟蹊감사원런뮐ㅏ扁금감원런뭡셌뼁~ 대한 전면적인 사정이 곧 실시될 것이라고 한다.감독하는 사람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는 부정을 저지를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보니, 감독기관부터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 것은 순리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 사정기관을 사정하는 독립적 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정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일회적으로 실시되는 내부기강확립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아쉽다.

이렇게 일반화한 사정소식을 접하면서 혹여 사건의 출발점을 망각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한빛은행사건 신용보증기금사건 동방금고사건 등이 모두 불법대출과 직접 관련되어 있었다.

이 불법대출 사건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정치권 연루설도 나왔고, 금감원의 뇌물수수도 드러났고, 청와대직원의 사기사건도 밝혀졌고, 검찰의 연루의혹도 제기되었다. 그러므로 그 대책에 있어서도 불법대출 근절책이 중점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금융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때 국민들은 금융부문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 회사가 퇴출된 것이, 내가 대출거부를 당한 것이 혹시 뇌물을 비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되면 금융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금융감독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한 1999년 이후에도 대출부정사건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의 대출부정을 막지 못하는 금융감독시스템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일 게다. 금감원 임직원이 눈만 감아 준다면, 어떤 금융부정도 적발되지 않고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시스템에 커다란 결함이 있는 것이다.

금감원의 부정은 금융감독시스템을 재조정할 때부터 싹텄다. 금감원에 대한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의 장을 금감원장이 겸직하도록 해 놓고 금감원이 올바르게 일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어리석었다. 아무도 자기를 감독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방만해 지게 된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한 기관에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결국 비효율로 끝나게 된다. 어떤 은행이 불법대출로 인해 아예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볼 때, 그리고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부정대출로 인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투입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섣부른 효율성의 추구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깨닫게 된다.

금융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업무에 대한 엄정한 감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감독기관에 대한 감사도 철저히 행해져야 한다. 감독기관에 대한 감사는 감독기관 상호간의 체크를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다. 감독기관 사이에 서로 금을 그어 놓고 넘나들지 않기로 담합을 한다든가, 서로 봐주기식의 감사를 한다면 감사기관은 썩을 수 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금융감독원의 권한조정을 위한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이 기회에 금융부문과 관련된 권력집중상황을 정책결정단계에서 창구업무에 이르기까지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뇌물이나 정치권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혈연 학연 지연을 이용해서 청탁을 하는 관행이 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기관이나 한 명의 담당자에게 폭 넓은 재량권이나 전적인 결정권을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의 대대적 사정의 불씨를 제공한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은 금융분야의 개혁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문제를 모든 부문으로 확산해 해결하려다가 대출부정의 문제 하나조차 바로잡지 못하고 넘어가게 될까 걱정이다.

이은영

한국외대 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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