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는 가운데 이 '세기적 드라마'의 공동 주연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11일 모처럼 압박감에서 벗어나려는 듯 영화 구경을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고어 후보와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은 이날 부인들을 함께 쿠바 구딩 주니어와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한 '신의의 사람'을 관람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3년 전 재개표가 필요한 경우 전자장치보다는 수(手)개표에 의한 결정을 선호하는 법안에 서명한 사실이 11일 민주당측에 의해 밝혀졌다.
이는 현재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플로리다주 재개표와 관련, 민주당이 요구하는 수개표에 완강히 반대하며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한 부시 후보측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데브라 댄버그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부시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1997년 9월1일 발효된 법안은 "재개표가 실시될 경우 전자 개표에 우선해 수개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댄버그 의원은 당시 노인들에게는 펀치 카드 사용이 낯설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법안을 제안했다며 "그것은 양당 공동으로 추진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진영은 그러나 텍사스에서는 단 한 번만 재개표가 허용되며 플로리다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펀치 카드는 텍사스주의 254개 카운티 가운데 14곳만 채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펀치 카드의 재개표에 대해 통일된 절차를 적용하는 등 텍사스는 플로리다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즉각 반격했다.
○.대통령선거는 스릴러물의 모든 규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1일 지적했다.
이 잡지는 이날자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번 대선은 수 개월간에 걸쳐 줄거리가 꼬이고 반전이 거듭됐으며 선두가 마지막 순간까지 뒤바뀌기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마지막 장에서 미주리주에서는 망자가, 뉴욕에서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등 모든 곳에서 액션이 폭발하는 듯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승부는 극적으로 2명의 주인공으로 좁혀져 엄청나게 작은 공간에서 큰 상금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유했다.
이 잡지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 후보나 언론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표와 재검표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대통령 선거의 혼란이 앞으로 수주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큰 위기라기보다는 한편의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논평했다. 이 신문은 '위기보다는 드라마'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의 표차가 줄어들면서 선거가 복권추첨보다 나을게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표차가 적더라도 공정하게 승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승자가 있어야 하며 추가적인 재검표로 더욱 지연되더라도 정확한 득표수가 계산돼야 하고 양측 모두 명백한 부정의 증거가 없을 때는 선거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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