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의 전반적 침체로 마땅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 부동(浮動)자금에게 '벌처펀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벌처펀드는 동물의 시체를 먹고 사는 대머리독수리((Vulture)라는 어원에서 보듯 소수 모험투자자들이 부실기업 자산을 싼 값에 사들여 경영을 호전 시킨 뒤 고가에 되팔아 차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금.
12일 산업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제도화한 국내 벌처펀드 규모는 올 7월말까지 1년여 동안 181개 부실기업에 6,842억원 규모를 투입하는데 그쳤으나 이후 2개월만인 지난 10월말까지의 투자규모는 쌍용중공업을 비롯한 538개사 1조2,634억원으로 급증, 단숨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벌처펀드' 운영 주체인 구조조정전문회사(CRC) 수도 올 초 22개사였던 것이 10월말엔 52개사로 급증했다.
지난해 출범한 CRC인 코아기업구조조정전문(CFAG)의 이규태(李圭泰)사장은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 일부를 '벌처펀드'에 투입키로 함에 따라 업계에서 연말까지 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급성장은 투자처가 아쉬운 시장의 이해와 함께 정책적 입장이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
김용근(金容根) 산자부 산업정책과장은 "정부는 시장기능을 활용한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다각적인 CRC 지원책을 모색했다"며 "벌처펀드 개인 출자금에 대한 소득공제(30%) 및 주식양도 차익과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보장한 것 등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발 CRC인 KTB네트워크가 183억원을 투자한 ㈜세진은 지난 8월 말 화의채무 전액을 갚고 정상화하는 등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벌처펀드는 높은 투자 위험도, 투자 기간의 장기화 가능성, CRC의 신뢰성 문제 등을 안고있어 아직 일반투자자가 참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자본투입-기업회생'이라는 원래의 취지가 또 하나의 '머니게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C&K 어소시에이트 조원권 회장
지난 4일 종합투자금융회사를 지향하며 출범한 구조조정전문회사(CRC) C&K 어소시에이트 조원권(趙源權ㆍ44) 회장은 "'벌처펀드'는 회생 가능한 기업을 살려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책임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투자대상 기업을 정확히 선정하고, 선정된 기업은 반드시 살려냄으로써 기업과 펀드 투자자가 모두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행시(24회)를 거쳐 구 경제기획원 관료와 경제학교수(우송대)를 지낸 조 회장이 시장에 본격적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미국 텍사스 A&M대학교 유학 때 아서앤더슨 임원과 신한선물 대표이사를 역임한 국헌((菊憲ㆍ43) 현 C&K 어소시에이트 사장을 만나면서부터.
그는 "특히 IMF 체제때 국내 기업자산이 헐값에 마구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보고 회사 설립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내세우는 강점은 이 회사 소액 주주들이 구축할 방대한 정보네트워크. 조 회장은 "500만~1000만원 규모로 출자한 우리 회사 주주 500여명은 전원 법률, 회계, 특허, 금융ㆍ(재무, 자산운용, 부동산, 정책 분야에 걸쳐 최고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전문지식과, C&K 어소시에이트의 자금운용력을 결합해 수년 내에 세계적 수준의 종합투자금융회사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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